올해 상장사들의 수익성이 나빠지겠지만 지수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적 둔화 우려가 충분히 반영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韓증시, 추가하락 가능성 낮아…주요 40개국 중 가장 저평가"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전망과 정책방향’ 세미나에서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초 148조원에서 지난해 말 127조원으로 14%가량 줄었다”며 “지난해 9월 이후 삼성전자를 필두로 상장사 실적 전망치가 급격히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 수익성은 나빠지겠지만 시장이 추가로 조정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김 실장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10.2배,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9배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주요 40개국 가운데 러시아를 제외하고 가장 저평가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과거 한국 증시와 비교해도 증시 저평가가 심각하다는 게 김 실장의 분석이다. 그는 “과거 국내 경기 하강 국면에서도 유가증권시장 PER은 12배 전후에서 움직였다”며 “현재 국내 증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 수급이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국내 기관 가운데 자산운용사 자금과 ‘큰손’인 국민연금의 증시 영향력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 비중을 높이면서 순매수세가 약화되고 있다”며 “외국인 수급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충격을 줄이는 역할을 했던 자산운용 자금도 펀드 시장 위축으로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