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잔고 5000만원만 있으면 전문투자자 된다…혜택은?
정부가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통해 전문투자자 기준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등록을 검토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 전문투자자가 되면 일반투자자와 달리 사모펀드나 크라우드펀딩 투자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메자닌, 부동산 등 다양한 대체투자들도 공모보다 사모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체투자에도 용이해진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자본시장 혁신과제 후속 조치를 통해 중소기업 전문 투자 중개회사 도입 방안, 개인 전문 투자자 확대 방안 등을 발표했다.

민간 영역의 자본시장 진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로 개인 전문투자자의 문호가 대폭 낮아지면서 개인 '큰손' 투자자들이 이 조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전문투자자는 금융회사와 기관투자자 기관 위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조치로 2000여명 수준인 개인 전문투자자가 약 37만~39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상품 잔고 5000만원만 있으면 등록 가능
금융상품 잔고 5000만원만 있으면 전문투자자 된다…혜택은?
지금까지 개인투자자가 전문투자자로 등록하려면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억원 이상, 연소득 1억원 이상이거나 총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 금융투자협회의 등록 절차도 필요했다.

하지만 개편안에선 증권회사 등 금융투자업자가 자체 심사를 통해 전문투자자를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자격요건도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000만원 이상, 연소득 1억원 이상 또는 부부 합산 소득이 1억5000만원이거나 순자산 5억원 이상이면 가능하도록 대폭 완화했다.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로 전문투자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개인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는 등록 요건과 절차를 대폭 완화하면서 혁신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육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 전문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이 제고됨에 따라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기회도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투자 위험을 감수할 능력이 있는 개인 큰 손들의 관심이 높다"며 "전문투자자가 되면 위험성은 있지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모펀드, 비상장회사 등에 투자하는 것이 용이해지는 만큼 투자 기회를 넓힐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투자자 되면

전문투자자가 되면 사모펀드 투자가 쉬워진다.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투자자를 모집(사모)하는 펀드를 말한다. 일반 소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으는 공모펀드와 대조적이다. 사모펀드는 관련 법령에 따라 49인 이하로만 모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액 투자자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을 넘나든다. 하지만 전문투자자가 되면 최소 1억원이라는 제한없이 사모펀드에 소액 투자를 할 수 있고 파생상품 가입 전 의무교육도 받지 않는다.

현재 국내 펀드시장이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번 개편안으로 전문투자자 등록을 고려하는 개인이 확대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국내 펀드시장에서 사모펀드 규모는 2016년 9월 설정액이 공모펀드를 추월한 이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펀드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설정액은 336조원으로 공모펀드(218조원)보다 120조원이나 더 많았다.

지난해 사모펀드는 약 48조원 증가하며 16.6%의 성장률을 보인 반면, 공모펀드는 약 7조원(3.1%) 성장에 그쳤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비중은 지난 2017년 58%에서 지난해 61%로 3%포인트 증가하며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크라우드펀딩이나 코넥스시장 투자도 용이해진다. 전문투자자가 되면 같은 기업에 200만원, 연간 500만원인 크라우드펀딩 투자한도 제한에서 자유로워진다. 기본 예탁금 1억원을 내지 않아도 코넥스 상장기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히 장기의 투자 기간과 투자 리스크가 큰 비상장 기업 투자의 경우 위험감수 능력을 보유한 전문투자자가 적합하다"며 "비상장기업 등의 경우도 전문투자자들만 참여하는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등의 규제가 면제돼 용이하게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