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에 ‘플랫폼’ 바람이 불고 있다. 신규 상장에 나선 기업들이 너도나도 플랫폼 사업을 표방하며 투자자 잡기에 나서고 있어서다. 플랫폼은 사전적 의미로 기차 정거장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이용자가 모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적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열풍에 편승하려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공모주 시장 키워드는 '플랫폼'
올 IPO 6곳 중 4곳은 플랫폼 기업 표방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올해 상장 일정을 확정지은 공모기업 6곳 중 4곳이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오는 25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웹케시는 B2B(기업 간) 핀테크(금융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30일 코스닥에 입성하는 여행사 노랑풍선도 항공·숙박부터 현지 교통 등 예약까지 지원하는 온라인 여행사(OTA) 플랫폼을 구축해 내년에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달 코스닥 상장 예정인 바이오기업 이노테라피는 지혈제 플랫폼을 연구개발하는 기업, 바이오기업 셀리드는 항암면역치료백신 관련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시장에서 플랫폼이 유행어로 떠올랐다”며 “앞으로 상장할 기업 중 상당수가 플랫폼 기업임을 강조하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건강식까지 플랫폼 열풍

여러 공모기업이 플랫폼을 들고 나서는 이유는 이 개념이 사업 확장 가능성을 잘 반영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래 정보기술(IT) 기업에 익숙한 개념인 플랫폼이 여러 업종으로 퍼지고 있다.

공모주시장에서 플랫폼 개념을 선제적으로 사용한 업종은 바이오다. 투자자들에게 사업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여러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플랫폼이라는 용어로 제시했고, 지난해 상장한 바이오기업 상당수가 기업설명회(IR)에서 플랫폼 개념을 활용했다.

지난해 2월 코스닥에 상장한 전자상거래 솔루션 기업인 카페24(쇼핑몰 솔루션 관련 B2B 플랫폼), 휴네시온(지난해 8월 코스닥 상장·보안 플랫폼) 등 IT 기업뿐 아니라 로보티즈(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서비스용 로봇 플랫폼), 푸드나무(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간편건강식 전자상거래 플랫폼), 노바텍(지난해 11월 상장·종합 응용자석 전문 플랫폼) 등도 플랫폼 개념을 사용했다.

그러나 기업의 본질을 흐리는 ‘과대포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플랫폼이 광범위한 개념이다 보니 과도하게 쓰이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공모기업 상당수가 공모 흥행을 위해 4차 산업혁명과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나섰던 현상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플랫폼을 표방해온 기업들의 IPO는 양호하다. 국내 1위 직접판매 여행사인 노랑풍선은 희망 공모가 범위(1만5500~1만9000원)를 뛰어넘는 공모가 2만원을 확정했다. 지난 15~16일 진행한 수요예측에 1088곳이 참여해 978.4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한 결과다.

웹케시도 좋은 성적을 냈다. 수요예측에서 614.02 대 1의 경쟁률을 내며 희망 공모가 범위(2만4000~2만6000원)의 최상단으로 가격을 확정했다. 지난 16~17일 진행한 일반청약에서는 947.1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웹케시는 오는 25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