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철강주가 새해 들어 모두 반등하며 산뜻하게 출발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 분위기 속에 국내외 증시가 오른 영향이지만 철강 업황에 바닥이 보인다는 분석도 반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철강 가격 하락과 위안화 약세가 멈추면서 중국발 저가 수출 물량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고 있다.
"철강업황 바닥 신호"…포스코·현대제철 반등
철강주 일제히 반등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포스코는 6500원(2.60%) 오른 25만6500원에 마감했다. 현대제철(3.35%)과 세아제강(3.90%), 동국제강(3.29%) 등 주요 철강사가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26.9% 하락했지만 올 들어 5.6%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8%)을 웃돈다. 현대제철은 올 들어 12.5% 상승해 코스피200 종목 중 상승률 5위에 올랐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국내 전방산업 수요 부진 등 앞날이 첩첩산중이지만 증권가에선 업황 바닥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철강 업황을 좌우하는 중국에서 바닥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철강업체 실적은 상반기까지 둔화되겠지만 실적에 선행하는 주가는 그보다 빨리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고로 가동률, 위안화 환율, 중국 철강 제품 가격 등이 모두 국내 업체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최대 민영 철강사인 사강이 이달 초 건설용 강재를 t당 100~140위안 인상한다고 밝혔고, 우한강철과 바오산강철 등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며 “지난해 4분기 중국 철강 가격 하락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국내 업체에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소식”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주가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중국 열연 제품 가격은 지난해 8월 t당 4403위안(약 73만원)에서 11월 3589위안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3711위안(약 61만원)까지 회복했다. 국제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면서 철강제품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철광석 가격은 작년 11월 말 t당 64달러에서 현재 74달러로 16% 올랐다.

중국산 저가 물량 우려 줄어

중국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다. 2017년 기준 세계 생산량의 49.7%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소화되지 못한 철강 제품이 저가로 세계 시장에 풀리면 상당한 충격을 준다. 최근 중국 철강업체들의 고로 가동률이 64.4%까지 하락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한층 줄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70%를 넘었던 가동률이 다시 60%대로 떨어졌다”며 “중국 정부의 강제보다 중국 철강회사의 자발적 감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달러당 7위안을 넘봤던 환율이 달러당 6.75위안까지 떨어진 것도 호재다.

무역분쟁 장기화와 세계 철강 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건설경기 둔화는 철강 업황 회복을 늦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철강업체의 기초 체력이 좋아져 예전처럼 실적이 곤두박질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5조2247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5조5966억원)보다 적지만 2014~2017년의 2조~4조원을 웃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의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0.46배로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수준(0.44배)”이라고 말했다.

중국 철강업계가 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해 과점화되면서 업황 바닥이 예전보다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산업이 대형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예전과 같은 극심한 가격 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