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진 여파 납품사 타격
1월 경기전망 80.9…3개월째↓
은행 평가등급 급속 하락 우려
“중소기업의 신용 위험은 대기업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한 대형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13일 “중소기업 대부분이 신용등급을 공시하지 않아 추세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위해 매기는 평가등급은 급속히 떨어지고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신용평가 안 받는 中企, 재무악화 더 심각"

자동차와 전자, 철강, 조선 등 국내 주요 전방산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이들 업종 대기업과 거래하는 후방산업 중소기업의 신용 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와 함께 국내 경기를 떠받쳤던 석유화학업종까지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등 대부분 업종에서 경영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절반은 대기업 등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수탁 기업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대기업 중심인 국내 기업 신용등급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하향 조정 건수가 상향 건수를 웃돌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말까지 최근 3년간 39개사의 신용등급을 올리고, 68개사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중소기업들의 경기 체감온도는 빠르게 식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80.9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달보다 4.5포인트 떨어지고 지난해 1월보다는 3.4포인트 낮아졌다. SBHI가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예상한 기업이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곳보다 많다는 뜻이다.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의 노동정책, 민간 영역의 생산·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중소기업들의 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증권회사 기업금융 담당자들은 그동안 경제를 떠받쳐온 반도체 업종까지 올해 부진에 빠질 경우 중소기업 신용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약 11조원으로 전분기보다 7조원 가까이 급감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전방산업 부진은 관련 중소 납품업체의 은행 내부 평가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 평가등급 하락은 지난해 11월30일의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연 1.50%→연 1.75%)과 함께 기업들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RM) 담당 임원은 “중소 납품업체 대표들을 만나면서 경기 악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대기업들의 체력 약화로 투자까지 부진해 납품업체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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