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뒤흔들 대형 악재 가능성 당분간 없어…낙폭 컸던 철강·화학·금융株 눈여겨볼 만"
한국 증시가 연초부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3일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2050선을 회복했지만 글로벌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경기둔화 우려는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럴 때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소수파가 있다. 이양병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1본부장(사진)도 그중 하나다. 이 본부장은 “시장에 우려가 이미 충분히 반영돼 있다”며 “수익을 얻을 기회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증시 조정을 우량주를 싸게 살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피 2020~2350선 예상

이 본부장은 “당분간 증시를 뒤흔들 대형 악재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부작용은 1분기에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속도 완화를 시사했고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리스크가 더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시장은 경기와 유동성 악화를 가장 우려하는데 두 지표 모두 더 이상 나빠지기 힘들다”고 했다.

해외 자금 동향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최근 미국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신흥국으로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 증시에 연계된 ETF로도 자금이 흘러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시경제 지표들이 한국 증시에 불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코스피지수가 2020~235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에는 대형주가 중소형주보다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연초 코스닥시장 성과가 좋게 나타나는 ‘1월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올초에는 코스피시장이 더 좋은 수익률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현재 시장 수급은 외국인 투자자에 달려 있다”며 “외국인이 다시 돌아오는 초기 국면에는 대형주가 먼저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실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세를 보이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삼성전자를 3914억원, SK하이닉스를 199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자금의 92.8%가 두 종목에 집중됐다.

“반도체주는 지금이 충분히 매수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반도체 업황 둔화와 실적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지만 1~2분기 실적이 더 급하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 삼성전자는 6배, SK하이닉스는 3배 수준이기 때문에 실적 악화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업황은 하반기부터 조금씩 개선될 것”이라며 “당분간 주가가 횡보하겠지만 충분히 분할 매수할 만한 구간”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주 턴어라운드 기대

그동안 낙폭이 컸던 철강·화학 등 소재주와 금융주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했다. 그는 “이들 업종에서 역사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하단까지 떨어진 종목이 많다”며 “지수가 반등하면 먼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대형 자동차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 본부장은 “자동차산업이 6년간의 실적 악화를 끝내고 올해부터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대차 그룹주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종목별로 차별화된 주가 흐름이 예상되기 때문에 ETF에 투자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액티브 전략이 유리하다고 봤다. 그는 “시장참가자들의 공포가 해소되지 않은 구간에서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지만 경험적으로 이럴 때 투자해야 수익률이 높았다”며 “밸류에이션이 낮은 업종에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종목을 찾아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