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의 한진칼 매입 이후
행동주의 투자자 공세 강화

네이버·현대그린푸드·성신양회
현금 많고 배당 적어 타깃 가능성

신형우선주 매입 등 기업들 선제적 방어 나설 듯
마켓인사이트 1월7일 오후 4시39분

[마켓인사이트] '제 2의 한진칼' 나오나…대림산업 등 대기업 '긴장'

한진그룹을 타깃으로 삼은 케이씨지아이(KCGI)에 이어 국내 기업 주식을 대량 매입한 후 경영 참여를 선언하는 행동주의 펀드가 추가로 나올지 주목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자산이나 보유 현금에 비해 배당이 적은 기업들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형 우선주 매입 등 행동주의 펀드 공격에 대비한 기업들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지난달 광주신세계(130,000 +3.59%)효성티앤씨(100,500 +0.50%)에 공개 서신을 보냈다. 광주신세계에는 공개매수를 통해 비상장사로 전환해 달라고 제의했다. 효성티앤씨엔 중장기 주주친화책에 대해 문의했다.

KB자산운용은 2017년 12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한 이후 투자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운용사처럼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밝힌 기관투자가는 이날 현재 74곳에 달한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74,300 ↑29.90%) 지분을 10% 이상 확보하고 사실상 경영 참여를 선언한 KCGI 사례가 조만간 더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과 배당성향(배당액/당기순이익)이 낮은 기업들이 행동주의 투자자의 우선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네이버(162,500 -0.91%) 대림산업(66,800 +8.97%) 현대그린푸드(6,550 -0.61%) 성신양회(4,970 +3.54%) 조광피혁(39,300 0.00%) 등을 후보군으로 꼽았다. 이들 기업의 2017년 배당성향은 0~7.9% 수준에 그쳤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배당성향 평균(33.81%)을 크게 밑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나서 이들 기업에 주주친화책 확대를 요구할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건설·화학·자동차부품 사업을 하는 대림산업은 투자자들이 일부 사업 부문의 분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업 부문을 떼내면 각각의 가치가 더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건설 사업에 가려진 화학과 자동차부품 사업의 가치가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또 네이버현대그린푸드는 계열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주사로 전환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조만간 KCGI가 아닌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가 자신들이 투자한 ‘제2의 한진칼’을 공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며 “투자자들 역시 어떤 기업이 타깃이 됐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투자자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 대응도 빨라질 전망이다. CJ가 지난해 12월 주주들에게 주식 배당으로 지급한 신형우선주도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 신형우선주는 발행 이후 10년 뒤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이다.

국내 증시에서 우선주는 통상 보통주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통주로 전환하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신형우선주 가치는 보통주에 근접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너 일가가 지배력 확대를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형우선주를 대량 매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기업들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과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포이즌 필’ 등의 도입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김익환/유창재 기자 lovepe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