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와 리프트, 디디추싱 등 글로벌 차량공유(카셰어링) 기업들의 올해 상장을 앞두고 ‘차량공유’가 세계 증시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관련 종목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카풀’ 시범 서비스를 출시했다. 최근 AJ렌터카를 인수해 차량공유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SK네트웍스도 관심 종목으로 꼽힌다. 이 외에 자전거 업체들도 차량공유 기업과의 협력으로 시장 확대의 수혜를 누릴 것이란 분석이다.
SK네트웍스, 車공유 '속도'…카카오는 카풀이 관건
폭스바겐 뛰어넘은 우버 ‘급성장’

우버는 지난해 3분기 10억7000만달러(약 1조2027억원) 순손실을 냈다. 그러나 우버의 상장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산정한 기업가치는 1200억달러(약 135조원)다. 도요타(1681억달러)를 제외하고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가치를 크게 웃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차량공유 업체들의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 지배력이 우세해질 것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 규모는 2020년 35억달러(약 3조9340억원)에서 2024년 65억달러(약 7조3060억원)로 고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과 증권사들의 투자도 활발하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디디추싱에 2800억원을 투자하는 펀드를 설정한 데 이어 네이버와 손잡고 동남아 차량공유 업체 그랩에 1686억원을 투자했다.

“국내는 렌터카 업체 중심될 것”

국내 차량공유 시장은 렌터카 업체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행법이 자가용의 유상운송을 금지해 사업용 차량을 보유한 렌터카 기업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2위 렌터카 업체인 SK네트웍스는 3위인 AJ렌터카를 인수해 차량공유 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 인수로 SK그룹의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21.7%로 올랐다. AJ렌터카는 지난해 차량공유 업체 링커블을 인수하는 등 차량공유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우버와 리프트의 양강구도이듯 한국 차량공유 시장은 카카오와 SK의 양강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 주가는 지난해 10월 급락장에서 저점을 찍은 뒤 지난 4일까지 32.8% 올랐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기준 카풀에 등록된 드라이버 수가 약 6만 명인데 이 중 25~50%가 하루에 한 번만 운행해도 연간 카풀 매출이 156억~335억원가량 나올 것”이라며 “다만 서비스 출범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반발에 지난달 예정됐던 카풀 서비스 출시가 연기되자 카카오 주가는 최근 한 달간 8.8% 떨어졌다.

플랫폼 협력 효과 기대

모빌리티 공유가 자전거와 버스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차량 공유 서비스 플랫폼과의 협력으로 수혜를 볼 기업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자전거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은 국내 1, 2위 자전거 업체 삼천리자전거알톤스포츠 등이 거론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두 기업의 전기자전거로 올 1분기에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내놓고 하반기에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공유 서비스로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자전거 업체들은 다를 것”이라며 “현재 자전거는 교통수단보다는 레저용으로 소비되고 있어 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나와도 기존 수요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주차장이나 부동산 관련 회사들도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공유 시장이 커지면 차량이 대기할 주차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1위 보안업체이자 주차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에스원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와 MOU를 맺고 관리하는 건물의 주차장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