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2019년 새해를 맞아 국내 최고 인기 골프 강사인 김영 프로의 ‘달콤한 골프’가 이번주부터 매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1998년 프로무대에 데뷔한 김 프로는 이듬해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에서 통산 5승을 거둔 글로벌 챔피언 출신입니다. 지난해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대한민국 베스트 골프 교습가 톱10’에 선정(골프다이제스트)되기도 했습니다. 실전 경험과 이론을 두루 갖춘 김 프로의 30년 골프 내공에서 달콤한 해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분들은 어떤 계획과 다짐을 했을까 생각해봅니다. 100타 깨기, 싱글 진입, 비거리 늘리기, 슬라이스 고치기 등…. 목적은 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더 나은, 더 재미있는 골프’를 하고 싶은 마음만은 같으리라 봅니다. 올해에는 무엇이든 다 이루고, 더 많은 분이 행복한 골프를 즐길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저도 더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의미 있는 겨울 골프투어와 여행을 계획 중이랍니다. 독자 여러분도 ‘골프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서 하나씩 실천해보면 어떨까요.

밸런스·타이밍·궤도…‘BTS’ 깨우쳐야

제가 골프를 시작한 계기는 ‘살 빼기’였습니다. 어렸을 때 아주 ‘통통(?)’했었는데, 부모님이 운동을 좋아하는 저에게 ‘골프하면 날씬해진다!’고 유혹했고, 여기에 제대로 걸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클럽을 잡은 거죠. 그래서 당시 동네 연습장의 프로 강사에게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스윙 원리가 뭔지도 모른 채 ‘똑딱이’부터 그저 시키는 대로 반복 훈련을 했고, 힘이 좋아서 한 방 맞으면 멀리만 날아가던 시기였죠.

하지만 사실 프로가 되고 나서도 이런 동작은 왜 꼭 필요한지, 저런 동작은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스윙의 이치를 깊이 고민하고 깨닫기 시작한 건 한참 뒤였습니다. 후원사였던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전폭적인 배려로 미국의 데이비드 리드베터 같은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들을 찾아다니며 배우던 때였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원리 이해의 중요성을 알게 된 거죠. 아마도 제가 골프 레슨 방송이나 개인 레슨을 할 때 많은 분께 강조하는 ‘BTS론’, 즉 밸런스(balance), 타이밍(timing), 스윙궤도(swing plane)의 기반이 그때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천금 같은 기회를 갖게 해준 후원사에 대한 감사함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검투사가 위기의 순간 칼을 쥐듯…그립, 본능적으로 잡으세요"
그립은 본능으로, 무의식으로

새해 첫 번째 레슨 주제를 그립으로 잡으면서 ‘식상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안 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립만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기본’은 없다는 결론입니다. 타이거 우즈(미국)도 늘 라운드 직전 “내 그립이 제대로 됐나요?”라고 코치에게 물었다고 하죠.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그립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빈틈없이 견고하게, 손안에서 놀지 않게, 편안하되 힘 전달이 잘 되게’라는 기본은 지켜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건 세 가지입니다. 우선 ‘본능적인 그립이 불필요한 힘을 빼준다’입니다. 마치 검투사가 칼을 잡을 때처럼 말이죠. 생각보다는 쉽게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지식으로 그립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립을 몸 중앙으로 가져와 눈으로 그립 잡는 과정을 살펴보며 ‘왼손 검지는 몇 시를 가리키고, 오른손 엄지와 검지는 신체의 어디 어디를 가리켜야 한다’ 등의 이론에 신경쓰다가 정작 손과 팔, 어깨 등이 굳어서 오히려 물 흐르는 듯한 스윙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프로들을 보면 샷을 하기 전 그립을 양손으로 조물조물 만지다가 한순간에 잡고 그대로 샷을 합니다. 그립 이론을 머리에 담고는 있지만 감각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죠. 눈으로 보고 잡는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손가락+손바닥으로 함께 잡아라’입니다. 요즘 손가락 그립을 많이 강조하는데 제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그건 미국인 같은 서양인 몸에 맞춰진 골프 이론이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팔다리와 손가락이 긴 그들의 체형에 맞춰졌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셋업을 하고 바른 척추 각으로 클럽을 잡으면 미국인은 자연스럽게 면적 비중이 큰 손가락에 그립이 많이 접촉하고, 손가락 비중이 적은 한국인은 대개 손가락과 손바닥에 그립이 놓이는 게 체형적으로 정상이라는 얘깁니다. 투어를 뛰면서 선수들과 누구 손바닥에 굳은살이 가장 많이 생겼나 확인한 적이 있었어요. ‘굳은살 왕’은 늘 신지애 선수였습니다. 신기한 건 굳은살이 모두 왼손 새끼, 약지, 중지 손가락 아래 세 군데에 있었다는 겁니다. 그립을 확실히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함께 잡고 있다는 얘기죠. 손가락으로만 잡으면 힘 전달이 제대로 안 되고, 손바닥으로만 잡으면 손목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힘 전달과 컨트롤을 모두 좋게 하려면 왼손 검지 맨 아래 첫마디에서 시작해 중지부터는 손바닥에 닿는 사선 그립을 잡아야 합니다.

"검투사가 위기의 순간 칼을 쥐듯…그립, 본능적으로 잡으세요"
마지막으로 ‘위크보다는 스트롱 그립이 유리하다’입니다. 그립은 백스윙에서 임팩트에 이르는 과정에서 원래의 정상 자세로 복귀하려는 성질이 있다고 합니다. 스트롱 그립은 왼 손목을 일부러 몸 안쪽으로 틀어(돌려) 잡은 것이어서, 결국 임팩트 때 틀어진 손목이 몸 바깥쪽으로 되돌아가면서 함께 클럽이 돌아 페이스가 약간 닫혀 맞게 되죠. 결국 드로샷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위크 그립은 반면 그립을 잡은 손이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현상이 약해 로테이션과 릴리즈가 잘 안 된다는 게 단점입니다. 헤드 스피드에서, 거리에서 늘 손해를 보고 슬라이스도 많이 납니다.

올겨울엔 프로들이 선호하는 약간의 스트롱 그립을 연습해서 ‘무심코 잡아도 되는’ 경지에 올라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로 전 오른손을 왼손에 살짝 대는 수준으로 약하게 잡습니다. 물론 임팩트 때에는 최선을 다해 힘을 써야 거리가 납니다.

■김영 프로는

▷ 강원체고, 경희대 골프경영학과
▷ 199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 KLPGA 3승, LPGA 1승, JLPGA 1승 등 통산 5승(메이저 1승)
▷ SBS골프, 스포월드 골프 인스트럭터
▷ SBS골프 해설위원
▷ 한경골프최고위과정 필드레슨 강사
▷ 2018 대한민국 베스트 골프 교습가 톱10


김영 < 골프 인스트럭터 겸 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