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사진)가 회사를 판다. 매각이 성사되면 가격이 10조원을 넘는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거래가 될 전망이다.
2일 게임업계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놨다. 김 대표(67.49%)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29.43%), 김 대표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1.72%)가 보유한 지분이다.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를 공동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이르면 다음달 예비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넥슨그룹은 ‘김 대표→NXC→넥슨(일본법인)→넥슨코리아→10여 개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1조2626억엔(약 13조원)으로 NXC가 보유한 지분(47.98%) 가치만 6조원을 넘는다.
여기에 고급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와 유럽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등 NXC가 별도로 보유한 계열사 가치에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전체 매각 가격은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2016년 삼성전자의 미국 하만 인수(9조272억원)와 2015년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7조2000억원)를 뛰어넘는 국내 최대 M&A 거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소위 ‘넥슨 주식 사건’으로 2년여간 수사와 재판에 시달린 데다 게임산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규제에 지쳐 사업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의사를 주변에 밝혀왔다”고 전했다.
거래 규모가 워낙 커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텐센트 등 중국 회사가 넥슨을 인수할 경우 게임산업 종주국 자리가 중국에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1월2일 오후 11시45분김정주 NXC 대표는 1994년 KAIST 전산학 박사과정을 6개월 만에 그만두고 게임회사 넥슨을 창업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바람의 나라’를 히트시키며 국내 온라인 게임산업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넥슨은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등 굵직한 히트 게임을 배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회사로 성장했다. 김 대표가 이처럼 힘겹게 키워온 회사를 매각하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게임업계 “올 것이 왔다”김 대표는 국내 게임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해 11월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만큼 게임산업이 커졌다”고 추켜세웠지만 규제 완화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정치권은 모바일게임 결제 한도 제한, 셧다운제(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규제) 확대, 게임의 사행산업 분류 등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김 대표는 고등학교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4억2500만원어치를 공짜로 준 혐의로 지난 2년간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2년여간 법정을 드나들면서 심신이 지친 것으로 전해졌다.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지인들에게 ‘쉬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해왔다”며 “주변 사람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흔들리는 게임산업 종주국넥슨 인수 후보로는 콘텐츠 사업을 전방위로 강화하고 있는 카카오와 국내 모바일 게임 분야 선두업체 넷마블, 중국 1~2위 게임회사인 텐센트와 넷이즈, 미국 EA게임즈 등이 거론된다.텐센트는 넥슨의 대표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배급사여서 인수 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2005년 출시된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에만 1조63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NXC의 캐시카우(주요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 이용자의 90%는 중국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총싸움게임 배틀그라운드로 흥행에 성공한 크래프트(옛 블루홀) 지분 10%를 확보한 텐센트가 넥슨까지 인수할 경우 게임산업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10조원 안팎인 매각 예상가를 고려할 때 국내 기업이 토종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잡고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김 대표의 다음 행보는거래가 성사되면 김 대표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다른 사업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초기 네이버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릴 만큼 투자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지주회사 NXC를 통해 유럽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고급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이탈리아 유기농 동물사료 업체 아그라스 델릭, 일본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 마크앤로나 등 20여 개 회사를 사들이기도 했다. 핀테크, 공유경제, 식품, 유통, 교육 등 다양한 업종을 아우른다.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NXC가 인수한 계열사 중 일부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NXC는 그동안 수차례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일본에 상장된 넥슨 지분율을 줄이면서 매각대금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며 “김 대표가 블록체인 등 일부를 미래 사업으로 남겨 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 대표가 매각 자금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는 지난해 5월 무죄가 확정된 뒤 “1000억원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새로운 미래에 기여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정영효/김주완/이동훈 기자 hugh@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1월2일 오후 2시30분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박태현 부사장(47)을 대표로, 이진하 전무(42)를 파트너 겸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했다.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1일자로 이 신임 부사장 등 한·중·일 사무소의 임원 세 명을 파트너로 승진시켰다.이번 인사로 MBK의 전체 파트너 수는 12명으로 늘었다. 한국사무소는 윤종하 부회장, 김광일·부재훈·박태현 대표, 이진하 부사장 등 5명의 파트너를 두게 됐다.박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대 법과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수합병(M&A) 변호사로 일하다 2011년 MBK로 이직했다. 이 신임 부사장은 춘천과학고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쳤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두산공작기계, 대성산업가스 등의 매각을 담당했다. 금융과 대형 제조업 거래에 두루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1월2일 오후 3시50분AJ네트웍스의 최대주주인 문덕영 부회장이 두 아들에게 242억원 상당의 주식을 증여했다. 이로써 두 아들은 문 부회장에 이어 나란히 이 회사의 2, 3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3세 승계를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문 부회장은 AJ네트웍스 지분 12%(561만8680주)를 두 아들에게 최근 증여했다. 증여 단가는 주당 4310원으로 총 242억원 규모다. 이번 증여로 문 부회장 지분율은 38.12%에서 26.12%로 감소했다.지분 12%는 두 아들에게 절반(280만9340주)씩 돌아갔다. 장남 지회씨와 차남 선우씨 지분율은 각 5.59%에서 각 11.59%로 6%포인트씩 늘어났다. 지분율은 같지만 주식 수는 지회씨(542만6035주)가 선우씨(542만6030주)보다 5주 많다. 문 부회장이 두 아들에게 증여한 것은 지난해 4월7일 이후 1년8개월여 만이다. 당시 207억원 상당의 340만 주를 두 아들에게 절반씩 증여했다.이번 증여로 두 아들은 두 자릿수 지분율을 확보하며 문 부회장에 이어 2, 3대 주주에 올랐다. 기존 공동 2대 주주는 스탠다드차타드 계열 사모펀드인 SCPEK Ⅲ(11.32%)와 같은 계열의 투자회사 핀벤처스(11.32%)였다.지분 증여는 3세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남은 올해 서른 살, 차남은 스물여섯 살로 아직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 않다. 문 부회장의 첫째 형인 문규영 아주산업 회장의 장남 윤회씨가 호텔과 리조트 분야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AJ네트웍스 주가가 많이 떨어져 증여하기에 좋은 시점”이라며 “3세 승계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AJ네트웍스는 이날 전일 대비 25원(0.55%) 오른 4530원에 마감했다. 최근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9월20일 7030원 대비 약 35.5% 낮은 수준이다.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