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들에도 지난해 시장은 녹록지 않았다. 설정액 증가로 덩치는 커졌지만 수익률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10월 시장이 단기 급락하자 대부분 펀드가 손실을 냈다는 점도 뼈아팠다. 지난해 헤지펀드 가운데 돋보이는 수익을 낸 운용사 대표들은 올해 증시에서 뚜렷한 주도업종이 등장하기보다는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에 증시가 상승하는 1월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절대수익 추구' 헤지펀드도 작년은 뼈아팠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설정 1835개 헤지펀드는 지난해 평균 0.79%(12월21일 기준) 손실을 냈다. 2017년에 평균 7%가량 수익을 낸 것과 비교해 초라한 성적이다. 주식 매수에 집중한 펀드는 물론 채권 투자, 주식 공매도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들까지 줄줄이 쓴맛을 봤다. 전체 펀드 가운데 58%만 수익을 냈다.

헤지펀드들은 주가가 단기 급락한 지난해 10월에만 평균 4.11% 손실을 내 상반기 수익을 대부분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4.0%)와 코스닥지수(-21.6%)가 동반 급락하고 글로벌 증시도 큰 폭으로 떨어진 탓이다.

주식 매수 중심의 롱바이어스드 전략 펀드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롱바이어스드 전략을 쓰는 트리니티자산운용과 DS자산운용 헤지펀드들은 30%가량 손실을 냈다. 주식시장이 상승했던 2017년 트리니티자산운용이 연간 102% 수익을 내는 등 약진했던 것과 정반대 결과다.

수익을 낸 운용사 중에선 비상장기업 주식과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에 집중하는 전략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라임자산운용의 대표 대체투자 펀드인 ‘라임새턴1호’는 연간 12.99% 수익을 냈다.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멀티전략에선 씨앗자산운용 펀드들이 17% 안팎의 수익을 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펀드들도 7~9%가량 수익을 올렸다.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들은 올해 시장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전반적인 기업실적 부진으로 올해 종목별로 주가 등락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작년 수익률 상위권에 오른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대부분 업종의 이익 전망치가 내려가는 추세여서 살 만한 주식이 많지 않다”며 “주도 업종을 찾기보단 개별 종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매력 개선으로 연초에 반등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는 “한국 주식 가격이 많이 싸졌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연초 정부 정책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오르는 ‘1월 효과’로 예상 밖의 상승장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