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기 힘든 세상이다. 국내외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직장인들의 월급 봉투도 얇아질 위기다. 자영업자들은 경기 둔화,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산시장도 녹록지 않다. 잘 나가던 부동산 시장은 꺾였고, 주식시장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에게도 샐러리맨에게도 똘똘한 재테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경닷컴'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어떻게 돈(쩐)을 벌었는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4)코스닥 벤처붐 타고 200배 수익…'슈퍼개미' 이정윤 세무사
이정윤 밸런스 투자 아카데미 대표 인터뷰, 사진 / 최혁 기자

이정윤 밸런스 투자 아카데미 대표 인터뷰, 사진 / 최혁 기자

"자고 일어나면 상한가를 기록하는 종목이 나왔습니다. 월요일에 사서 금요일에 팔면 2배를 벌어들이는 종목도 있었습니다."

월급으로 모은 투자금은 2000년 이후 200배나 불었다. 슈퍼개미가 된 이정윤 세무사(49)의 얘기다. 현재는 운영하던 세무법인 창조를 그만두고, 서울 강남에 밸런스투자아카데미 대표를 맡고 있다.

이정윤 세무사는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1998년 여의도에 있는 주식분석회사에 들어갔다. 월급으로 조금씩 모은 돈으로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워런버핏 얘기를 접하면서 '물려받을 게 없는 사람이 돈을 벌려면 주식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있었다.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로 277까지 곤두박질쳤던 코스피지수가 1000까지 급등하던 시기였다. 주로 저가주에 투자했다. 부도 직전의 액면가 5000원짜리 증권주가 1000원 미만에 거래되던 때였다.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종목도 나오면서 2년 만에 큰 돈을 만졌다. 이후엔 브랜드 가치가 높고 관리종목 탈피가 예상되는 종목에 투자했다. 계몽사 삼익악기(1,750 -1.41%) 상아제약 바로크가구는 2~3배 수익을 냈다.

그는 코스피보다 코스닥시장에 더 집중했다. 당시 코스닥시장은 일명 '투기판'이었다. 주식투자를 한다면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전력에 투자하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코스닥시장은 지금의 코넥스나 장외시장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만, 적은 금액으로 큰 수익을 꾀하는 공격적 매매를 했기 때문에 코스닥에 주력했습니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벤처붐과 잘 맞아 떨어지면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식투자로 큰 돈을 만지게 되자 '돈은 언제든지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못 해봤던 일이 떠올랐다. 더 배워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그 길로 3년 정도 일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02년 캐나다로 떠났다. 2년간 살면서 미국 경영학석사(MBA)도 준비했지만, 둘째가 태어나면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의 나이 30대 중반이었다. 다시 회사를 다녀야할까 고민했지만, 이미 주식으로 큰 돈을 벌어본 터라 남의 밑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또 되긴 싫었다. 가장 잘하는 주식투자를 업으로 삼는 '전업투자자'의 길을 걷고 싶었지만, 사회적 인식이 부담됐다.

"주식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전업투자자라면 '하루 종일 컴퓨터만 들여다 보는 사람'이라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습니다. 전문 직업을 갖고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세무사란 직업을 택했습니다. 캐나다에서 귀국하는 길에 서울 신림동에 방을 구하고,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시험도 바로 접수했습니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주식계좌도 전부 없앴다. 빨리 합격해서 주식을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1년 만에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2007년 사무실을 차린 뒤 세무사 일을 하면서 장중엔 주식을 거래했다.

◆"주식투자 운도 준비된 자에게 따른다"

주식투자를 다시 재개했지만, 2007년 11월부터 주식시장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해 코스피는 2064.85(2007년 10월31일 종가)로 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거듭했다. 2008년 코스피지수는 금융위기 충격으로 938.75(2008년 10월24일 종가)까지 밀려났다.

그의 계좌도 손실이 커지기 시작했지만, 틈틈이 공부해 둔 선물옵션이 전화위복이 됐다. 그는 주식인생에서 이 시기에 가장 큰 수익을 냈다고 했다. 주식투자를 시작했던 시기 도입초기인 선물옵션에도 조금씩 투자를 해 본 경험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2008년 시장이 1년 내내 빠졌지만, 10월 하락률이 가장 컸습니다. 10월달 지수가 892.16(10월27일 장중)까지 밀려나자 '팔 사람은 다 팔았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바닥이라는 인식에 상방향 포지션을 구축했는데 그게 잘 통했습니다."

코스닥시장에 집중하고, 선물옵션도 미리 배워둔 '선점효과'가 빛을 발한 것이다. 트랜드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도 선점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이팟이 나오고 애플에서 아이폰을 처음 선보였을 시절, 미국 등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었습니다. '아이폰이 트랜드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아이폰 관련주를 분석해 인터플렉스(15,650 -6.85%) 등을 꽤 초창기에 투자했습니다. 투자는 남들보다 빨리 생각하고, 접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시장에도 선점효과는 통한다. 2017년말과 지난해 초까지 이어졌던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겪으면서 이 대표는 반성문을 썼다. 가상화폐에 뒤늦게 소액을 투자해 별다른 수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트상으로만 분석하면 고점을 이미 찍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는데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지속됐습니다. 가상화폐 열풍을 겪고 나서 스스로 '꼰대'가 됐구나 싶더군요. 코스닥에 투자할 당시에 전 20대로 코스피를 고수하던 기성세대 의견을 무시했지만, 지금은 제가 기성세대가 되서 가상화폐 열풍을 빠르게 인지하지 못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경험을 반성으로 삼아 젊은이들의 관심을 파악하기 위해 인스타그램도 시작했습니다."
이정윤 밸런스 투자 아카데미 대표 인터뷰, 사진 / 최혁 기자

이정윤 밸런스 투자 아카데미 대표 인터뷰, 사진 / 최혁 기자

◆"주식으로 돈 벌기 위해선 스스로 공부해야"

이 대표는 선점효과를 보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두번째로 낸 책 '슈퍼개미의 왕초보 주식수업'에도 "공부하세요! 성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썼다.

주식시장에 매너리즘을 느꼈던 시기도 공부를 통해 극복했다. 2011~2013년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맴돌았을 때였다. 2010년부터 '이세무사 주식투자 일지'라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날의 투자시황과 관심종목을 분석해나갔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투자철학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 블로그는 책을 출간하고, 강연하는데 근간이 됐다.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기 위해 증권사 실전투자대회도 나갔다. 키움증권 실전투자대회에서 4년 연속 수상했다. 2013년 수익률 114%로 3위를 기록한 데 이어 2014년 177% 수익률을 거둬 1위를 차지했다. 2015년(3위 수상, 수익률 214%)과 2016년(2위 수상, 수익률 102%)에도 좋은 성적을 냈다.

블로그 이웃들과는 2016년 오프라인 모임도 가졌다. 모임에서 '전업투자자'를 꿈으로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주식투자법을 알려주는 학원인 밸런스투자아카데미 설립으로 이어졌다.

"학원으로 찾아오는 사람들 중 일명 '묻지마 투자'를 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HTS로 주식 매수·매도 기능만 아는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그동안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 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밸런스투자아카데미를 통해 삼박자 투자법을 소개하고, 스스로 투자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걸 만드는 스터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낸 책 '삼박자 투자법'을 통해서도 공부를 강조했다. 이 대표의 삼박자 투자는 가치분석(재무) 가격분석(차트) 정보분석(재료)을 고려해 균형있게 투자하는 방법이다.

현재 그가 보유 중인 샘표식품(31,700 -1.40%)도 공부를 통해 찾아낸 종목이다. 2017년 2월 이 대표는 샘표식품의 지분 5.17%를 보유하면서 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브랜드 가치가 높고 1등 식품도 많이 두고 있지만 다른 음식료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판단에서였다.

같은 해 8월 지분을 9.76%까지 늘렸지만 지난해 말 5.6%까지 다시 지분을 축소했다. 매도 시기는 거래량이 터지면서 주가가 오를 때를 노렸다. 지난해 9월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두 관련주가 오르자 9만294주를 팔아치웠다. 지난해 총 76억6567만원 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샘표식품은 중장기로 보유하는 종목이었는데 지난해 7~9월 하락세를 보였고, 코스피지수가 10월에 급락하면서 종목도 많이 빠졌습니다. 생각보다 우상향을 잘 하지 못했죠. 지수가 안 좋은 상황에서 종목도 빠지기 마련인 만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물량 축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실적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은 지분은 당분간 보유하고 있을 계획입니다."

◆"주식시장은 '새옹지마'임을 기억해야…수소차 관련주에 관심"

이 대표는 올해 주식시장이 경험상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한자성어가 주식시장에 통용된다는 점에서다. 새옹지마는 변방 노인의 말(馬)처럼 복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서 악재는 호재처럼 반영될 때도 많다고 했다. 지난해 말 다우지수가 5% 급등한 것을 예로 들었다. 이날 급등은 트럼프 대통령 경제 고문인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파월 의장이 100% 안전하다"고 강조한 데 따른 영향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의장을 해임할 것이라는 악재가 있었기 때문에 악재가 호재로 바뀌면서 시장이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도 앞둔 만큼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악재는 더 나빠질 게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2년째 금리인상을 한 미국도 올해는 2번 올리거나 금리인상 막바지에 임박했는데요. 앞선 금리인상기인 2004~2006년 상황을 보면 2005년 금리인상 후반부에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고 신흥국과 선진국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초반부엔 미국이 강하다가 후반부엔 이머징 시장이 강해졌습니다. 당시 미국 주식시장은 못 올랐지만 코스피지수는 50% 올랐습니다."

올해 관심을 둬야 할 업종으로는 제약바이오·5G·4차산업 혁명 관련주를 제시했다.

"우리는 기술혁신에 대해 초반부에 과하게 평가하고, 거품이 빠지면 박하게 평가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주식이 많이 올랐습니다. 우리 시장에서 네이버가 나왔 듯이 자율주행 인공지능(AI)으로 기술 혁신을 보여줄 종목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수소차 관련주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투자자라면 수소차에 관심을 둬야 합니다. 현대차(124,500 -0.40%)그룹에서 수소차 시대를 공표했고, 정부에서도 앞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보조금에도 차별화를 둘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내수시장에서 수소차 효과와 맞물리면서 유의깊게 봐야 할 시장이 될 것입니다. 전기차 관련주가 지난 1년 반 정도 우상향한 것처럼 수소차 관련주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 있습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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