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 향방은…두 전문가와의 방담

'증권업 33년' 관록의 김한진
경기 사이클 바닥 찍어야 반등
무역분쟁 완화돼도 하강 못 막아
韓 경제 성장동력 찾기 어렵다

'올해 첫 센터장' 신예 김형렬
외국인 보유 비중 0.7%P만 줄어
국내 증시서 이 악물고 버틴 것
정부의 적극적 산업정책 필요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왼쪽 세 번째)과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네 번째)이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들과 새해 증시 전망을 주제로 얘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왼쪽 세 번째)과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네 번째)이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들과 새해 증시 전망을 주제로 얘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15층 회의실에서 33년간 시장을 분석해온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과 올해 5월 처음 센터장이 된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그리고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들이 모여 앉았다. 미국 S&P500지수가 나흘간 8% 가까이 떨어지고,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하루 만에 5% 급락한 다음날이었다.

‘관록’과 ‘패기’가 맞붙은 이날 방담에서 두 전문가의 내년 증시 전망은 크게 엇갈렸다. 김 연구위원은 “내년 코스피지수에 대한 KTB투자증권 공식 견해는 2000~2500이지만 개인적으론 많이 양보해도 2000선을 중심으로 한 박스권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 사이클이 바닥을 찍기 전까지 반등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반면 김 센터장은 “10년 사이 한국 기업의 기초체력과 위기관리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내년 코스피지수 평균은 2300 전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올해 같은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지난해 예상했습니까.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우리 보고서 제목이 ‘한국증시 버블 3.0’이었죠. 버블이 꺼질 수 있다는 언급을 했는데 그때는 시장을 너무 보수적으로 본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습니다. 기업 이익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고, 주식의 저평가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내년 코스피, 2000 내외 박스권" vs "韓기업 체력 강해…2300 가능"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올초 경기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막연한 불안과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경기가 꺾이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 인상 등 긴축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데드 크로스’가 나타날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내년과 2020년 전망이 지금처럼 나빠질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김 센터장=저도 틀린 것이 있다면 환율입니다. 예상보다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심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달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을 따라가고, 위안화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위상과 힘에 비례했다는 것입니다.

▶강영연 기자=올해 증시는 ‘상고하저’ 전망이 많았는데, 2월부터 조정이 왔습니다.

▶김 연구위원=조정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거품 붕괴 및 시스템 문제로 짧은 시간에 시장이 급락하는 것입니다. 2004년 조선업이 무너질 때 현대중공업이 60만원대에서 30만원대로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한 달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경기 사이클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입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워낙 많아 시장 충격이 컸습니다.

▶노유정 기자=유동성이 늘어 자산 가치가 많이 오른 만큼 유동성 축소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인가요.

▶김 연구위원=맞습니다. 또 자산 가격 하락이 투자와 소비에 악영향을 미쳐 경기가 더 빠르게 둔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전범진 기자=그래도 올해 주가 하락 폭이 상당히 큰 듯합니다. 이 정도로 예상했습니까.

▶김 센터장=이렇게 급락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금융위기 후 장기 호황을 누렸지만, 어느 나라든 과소비나 거품이 크지 않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위험은 없다고 봤습니다.

▶송종현 기자=2011년 증시 조정과 비슷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김 센터장=그때도 미국에서 ‘출구전략’ 논의가 나오면서 신흥국과 재정이 불량한 유럽 증시가 출렁였습니다. 당시 미국 증시가 11% 빠질 때 한국은 21% 내려 코스피지수 1700선이 깨졌습니다. 당시는 금융위기 직후라 세계 경기가 아직 취약했고, 지금은 10년이 지나 체력이 좋아진 것이 차이점입니다.

▶김동현 기자=트럼프 대통령도 시장을 흔든 요인으로 보이는데요.

▶김 연구위원=트럼프가 아니었어도 무역분쟁은 일어났을 겁니다. 30~40년간 이어진 국제무역 질서의 한계가 드러난 것 뿐이죠. 신흥국 불안도 값싼 달러를 많이 빌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김동현 기자=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억울할 수도 있겠군요.

▶김 연구위원=트럼프의 정책이 급진적이고 시장 불확실성을 높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위기의 본질은 아닙니다. 내년에 무역분쟁이 해결된다고 해도 세계 경기 사이클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오형주 기자=올해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 매도세가 거셌습니다.

▶김 연구위원=한국 증시가 중국에 연동된 탓입니다. 중국 경착륙 우려만 해소되면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사지 말라고 해도 살 겁니다.

▶김 센터장=흔히 증시 하락 이유를 ‘셀코리아’라고 하는데, 외국인의 시가총액 대비 보유 비중은 올해 0.7%포인트 정도 줄었습니다. 전체 시총이 15%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엄밀히 말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이를 악물고 버틴 것입니다.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에 관심을 안 둔 영향이 컸습니다.

▶오형주 기자=국내 투자자의 관심은 어디에 있었나요.

▶김 센터장=해외 주식과 부동산이었습니다. 다들 부동산으로 몰려가는데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해도 귀에 들어올 리 없죠. 국내 증시 매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습니다. 배당도 많지 않기 때문이죠.

▶송종현 기자=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의 장기 전망은 어떻게 봅니까.

▶김 연구위원=미국이 신흥국을 먹여 살리는 낙수 효과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이 정체 상태입니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 구심점도 약하고 뚜렷한 산업정책도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 경제는 선진국은 물론 다른 신흥국보다 경기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김 센터장=현 정부 최대 문제는 산업정책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전 정부에서 기업 지원과 관련해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던 영향이 큰데, 내년 경제를 헤쳐나가기 위해 산업정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왼쪽)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왼쪽)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두 전문가 약력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58)

33년 경력의 이코노미스트(거시경제 분석가)로 국내 증권업계에서 이코노미스트 1세대로 분류된다. 신영증권 조사부를 시작으로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책임자,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을 거쳐 2013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고서뿐 아니라 팟캐스트 및 활발한 집필 활동으로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44)

2001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하며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을 거쳐 2011년 교보증권에 합류했다.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으로 일하다 올해 5월 리서치센터장으로 승진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46),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42) 등과 함께 40대 리서치센터장으로 활약 중이다.

임근호/노유정/전범진 기자 eigen@hankyung.com

전문은 한경닷컴(www.hankyung.com)에 게재합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