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은 내년에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년간 이어진 글로벌 증시 강세장이 끝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해결이 더딘 상황에서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기업 이익 증가율 둔화, 달러 강세 등에 따른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도 어딘가엔 ‘기회’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에선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건설·기계주, 한국에선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와 경기방어주 매력을 갖춘 통신주 등을 추천했다.
글로벌 경기둔화 본격화…韓 통신주·美 인프라 관련주가 '방어막'
국내 반도체 지고, 통신 뜬다

국내 증시에서 간판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장세는 지났다는 전망이 많았다. 전체 응답자 20명 중 19명이 “반도체 랠리는 끝”이라고 답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만 유일하게 내년 반도체 주식의 가파른 상승을 예상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기업의 올해 실적이 좋아 기저효과로 이익증가율은 둔화하겠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반도체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게 오르긴 힘들어도 내년 하반기 반도체주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D램 가격 하락으로 치킨게임이 벌어진다고 해도 피해를 입는 건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 기업 등 추격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국내 증시를 주도할 업종으로는 정보기술(IT·7표)과 통신(7표)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바이오헬스케어와 조선도 주도주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가장 많이 추천받은 종목은 통신 대장주인 SK텔레콤(6표)과 IT 부품주 삼성전기(6표)였다. 삼성SDI, 삼성전자, 스튜디오드래곤, 엔씨소프트 등도 추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기, 엔씨소프트 등은 최근 주가가 많이 빠졌지만 내년 실적 기대가 여전하다”며 “삼성전기는 내년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으로 올해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엔씨소프트 역시 상반기 모바일게임 신작이 출시되면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중을 줄여야 할 업종으로는 자동차(6표)가 가장 많았다. 전기, 가스, 화학, 반도체, 금융, 철강, 유통도 비중을 줄여야 할 업종으로 거론됐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로 한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보다 큰 폭으로 오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주요 증권사 20곳의 지수 예측 최저치와 최고치를 평균한 내년 코스피지수 범위는 1935~2386이다. 올해 종가는 2041.04다.

유럽·러시아 증시는 약세 전망

선진국 증시에선 여전히 미국 시장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 20명 중 15명이 지난 10년과 같은 강세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증시 주도주였던 팡(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랠리도 끝이라고 예상한 응답자가 16명이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AANG과 인터넷기업으로 이뤄진 ‘FANG+지수’의 12개월 선행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8.9배로, 나스닥지수의 PER 20.6배와 비교해 여전히 높다”며 “Fed의 금리 인상과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순차적 긴축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주식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경기부양 정책(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기대를 나타냈다. 미국 인프라 관련 업종에 투자할 만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14%를 차지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건설, 기계업종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방어주 추천도 많았다.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 내수 관련 소비재(14%)가 인프라 관련주와 함께 2위를 차지했다.

신흥국은 인도와 베트남에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도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할 만하다”며 “특히 내수 비중이 높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둔화 등의 영향이 작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트남도 다른 신흥국에 비해 성장률이 높은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주식투자 비중을 줄여야 할 나라로는 유럽과 러시아 등이 꼽혔다.

■설문에 참여한 증권사

교보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IBK투자증권, KTB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 (가나다, 알파벳順)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