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회사들의 내년 실적 전망치가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 등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상장사 실적을 이끌어 온 반도체 업황마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 악화로 투자가 줄고, 고용 부진과 소비 위축이 더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상장사 실적 전망도 뚝…뚝…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236곳의 내년 영업이익은 197조9628억원으로 전망된다. 3곳 이상의 증권사가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 기준이다. 이들 기업의 내년 영업이익은 3개월 전만 해도 221조952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한 달 전 209조2569억원으로 줄었고, 지금은 200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특히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의 42%를 차지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 달 새 각각 13.5%와 12.5% 감소했다. 제약·바이오(-30.3%)와 화학(-14.5%), 화장품(-13.5%), 조선(-10.8%), 자동차 및 부품(-10.3%) 등 주요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3개월 전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금 같은 추세면 내년 상장사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들 236개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197조1268억원이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4년간 이어진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내년엔 이익증가세 둔화가 아니라 이익 규모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내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5%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무역분쟁과 세계 경기 둔화로 내년 한국 수출 증가율이 3%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 국내 상장사 실적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