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28일 오후 4시55분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의 올해 운용 수익률이 지난 10월 말 기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말까지 653조6000억원이었던 기금 적립금은 10월 말 637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 한 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0.18%)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88년 기금 설립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5.30%였다.

국민연금공단은 올 들어 10월 말까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이 -0.57%를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마켓인사이트] 국민연금 수익률 10년 만에 마이너스
10월 글로벌 증시 하락 여파로 국내 주식에서 -16.57% 누적 손실을 본 게 전체 수익률을 크게 끌어내렸다. 9월 말까지 국민연금 기금 누적 수익률은 2.38%였다. 10월 말 현재 △해외 주식 1.64% △국내 채권 3.47% △해외 채권 4.53% △대체투자 7.57%(국내 3.88%, 해외 9.42%) 수익률을 기록했다.

공단 측은 “글로벌 주식 시장이 활황이었던 2017년과 달리 올해는 주요국 무역분쟁, 통화긴축, 부실 신흥국 신용위험 고조 등의 영향으로 국내 및 글로벌 금융시장이 약세를 보여 기금운용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악화된 시장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연금의 올해 수익률은 부진하다고 지적한다. 비교 기준인 벤치마크(시장 수익률)를 밑돌기 때문이다. 10월 말까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은 벤치마크인 배당금 포함 코스피지수와 비교해 0.46%포인트 낮았다. 해외 주식도 벤치마크(MSCI세계시장지수)를 0.74%포인트 밑돌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의 목표는 시장수익률을 웃돌거나 최소한 같은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올해 운용 성적표는 초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에 과도하게 쏠린 자산 배분이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식 시장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널뛰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이 활황이던 지난해 국민연금의 금융부문 수익률은 5년 만에 가장 높은 7.28%를 기록했다. 벤치마크(6.42%)도 0.86%포인트 웃돌았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주식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국민연금 수익률도 곤두박질쳤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려면 투자 자산이 다변화돼 있어야 하는데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전체 투자 자산의 19%가 몰려있어 리스크에 취약하다”고 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