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에 미국의 정치 불안까지 더해져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대안으로 원유나 금 등 원자재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요 감소 전망에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금값이 오르는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자산 가격의 오르내림에 따라 수익을 얻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하면 상품 시장에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엄동설한 증시, 원유·金 투자 '눈길'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유 선물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는 최근 한 달간 17.78% 수익률을 기록했다. 비슷한 상품인 ‘TIGER 원유선물인버스(H)’도 17.59% 수익률을 올렸다. 두 상품의 최근 석 달간 수익률은 48%를 웃돈다.

국제 유가는 원유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겹치면서 가파르게 하락했다. 미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지난 10월3일 배럴당 76.41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찍으 뒤 지난 24일(42.53달러)까지 44.3% 폭락했다. 2017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내년 상반기 중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유국들이 감산 의지를 다지고 있고, 내년 중국의 인프라 투자 등이 본격화되면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이유를 들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유가 하락세에는 원유 수급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위험자산 수요 위축 영향이 겹쳐 있어 바닥을 잡기 쉽지 않다”고 했다.

금 가격은 달러 약세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제 금값은 지난 24일 기준 트로이온스당 1267.5달러로 지난 6월 말 이후 최고다. 금값은 1월 말 트로이온스당 1362.4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8월 중순 1176.2달러까지 떨어졌으나 글로벌 증시 불안이 커지면서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금 선물 가격이 움직인 폭 만큼 수익을 얻는 ‘KODEX 골드선물(H)’은 최근 한 달간 2.02%, 석 달간 3.45% 수익률을 올렸다. 금값 등락폭의 2배를 추종하는 ‘KINDEX 골드선물레버리지(H)’ 투자자는 같은 기간 5.05%, 8.47% 수익을 얻었다.

금값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내년 달러가 완만한 약세를 보일 전망이라 장기적으로 금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