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이면 주식을 팔아치우는 패턴이 올해도 반복됐다. 개인은 26일 하루에만 8161억원어치 주식을 시장에 내놨다. 올 들어 두 번째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개인은 지난 한 주(19~26일)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1조977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매년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주 범위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강화가 장기투자 문화를 해치고 시장 수급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도세 피하자"…2兆 털어낸 개인 '큰손'
한 주 동안 2조원 순매도

개인투자자는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71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451억원 등 816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들어 1월23일(8269억원 순매도) 이후 두 번째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코스닥시장에선 지난해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일인 2017년 12월6일(6134억원) 후 가장 많이 팔았다.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확정일(26일)에 맞춰 보유 주식을 줄이려는 개인 ‘큰손’들의 매도가 몰렸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주주 요건을 피하려면 폐장 2거래일 전까지 보유 주식을 줄여야 한다. 이날 보유분을 기준으로 연말에 유가증권시장에서 특정 종목 지분을 1% 이상 또는 15억원어치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내년 주식을 매도할 때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코스닥시장은 지분 2% 이상 또는 15억원어치 이상 보유한 사람이 양도세 부과 대상이다. 세율은 주식 보유 기간과 차익 규모에 따라 최고 33%에 달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매년 연말이면 대주주 기준을 피하려는 개인투자자 매물이 쏟아진다”며 “올해는 연초 대비 증시가 부진했기 때문에 증시가 상승세를 탄 지난해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나마 작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양도세 부과일 하루 동안 개인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1조507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양도세 증시 영향 커질 것”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 대주주 양도 소득세가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계절 효과가 점점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도소득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가 단계적으로 넓어지기 때문이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요건이 보유액 기준으로 2020년에 10억원, 2021년에는 3억원까지 내려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주주 기준 강화가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기업의 성장을 기대하고 장기투자한 사람들도 평가액 기준으로 3억원만 넘으면 세금을 피하려고 일단 주식을 팔게 만드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 센터장은 “대주주 기준이 더 강화되면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매년 하반기에 주가가 부진한 현상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도세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시장의 계절성을 주식 매매 전략으로 활용할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올해 주가 상승폭이 컸던 종목 가운데 연말에 개인 매도세가 집중된 종목이나 최근 개인투자자 매도가 집중된 종목을 주목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오 연구원은 “양도세 문제로 주식을 판 개인투자자들은 양도세 부과 기준일 이후 다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평소 지켜봤던 종목이 연말 개인 매도로 급락했다면 매수하는 전략을 활용할 만하다”고 했다. 최근 한 주(19~26일)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이 기간에 셀트리온헬스케어(순매도 규모 1461억원) 바이로메드(1378억원) 신라젠(848억원) 등이 코스닥시장 개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