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수 예상치 하단 1,850∼1,950, 상단 2,350∼2,400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업황 논란 등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낸 국내 증시가 2019년 새해에는 도약을 시도할 수 있을까.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의 리서치센터장들은 코스피가 대외 불확실성과 기업 실적 모멘텀 둔화로 지지부진한 박스피(박스권+코스피)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수가 한 차례 더 조정을 겪어 1,900선 안팎으로 다시 밀려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불안요인이 조금씩 해소되면서 코스피가 상승 기회를 엿볼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 "내년은 박스피"…지수 등락 예상 최저 1,850·최고 2,400

23일 연합뉴스가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 7곳의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 센터장은 내년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의 하단으로 1,850∼1,950을, 상단으로는 2,350∼2,400을 각각 제시했다.

내년 코스피를 가장 긍정적으로 내다본 곳은 NH투자증권(1,950∼2,400)이고 가장 보수적으로 예상한 곳은 신한금융투자(1,850∼2,350)였다.

전망치 차이가 터무니없이 벌어지지는 않은 셈이다.

센터장들은 내년에 코스피가 상승 흐름을 타기 쉽지 않으며 좁은 박스권에서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 상장사의 실적 레벨업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코스피는 박스권 흐름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상장사들 실적 모멘텀 둔화로 코스피 상승 여력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과거 버블 붕괴 국면과 비교할 때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개선된 상황이어서 국내 주식시장에 하방 경직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역시 "실적 전망치 하향조정 추세를 고려하면 내년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3% 이하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3∼2015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당시 코스피는 1,850∼2,100의 박스권을 형성했다"면서 "내년 코스피도 이와 유사한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증권사들은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다시 부각될 경우 코스피가 지난 10월 조정 때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열어놨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관련 잡음, 글로벌 경기 둔화가 새해 증시의 주요 변수"라며 "직전 저점인 1,980선을 하회하는 등 또 한 차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 성장률 둔화, 미중 무역분쟁 해결 지연 등으로 주식시장은 당분간 조정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코스피 '상저하고'…"하반기 불확실성 해소 기대"

그러나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조금씩 걷힐 가능성이 있다고 센터장들은 기대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도 상반기에는 낮고 하반기로 가면서 올라가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방향성이 상반기 중 반등할 수 있다"면서 "올해 시장에 영향을 미친 불안요인이 내년 상반기 중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며 그로 인한 주가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내년 1분기까지는 미국 통화정책 경계감과 미중 갈등, 글로벌 경기 및 기업 이익률 둔화 등 경계요인이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높아진 이익 레벨과 낮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배당성향 상승 등 기회 요인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내년 코스피가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오현석 센터장은 "내년 코스피는 'N자형'의 완만한 하락 장세를 예상한다"며 "불확실성이 얼마나 지속할지 모르기 때문에 지수 패턴을 분명하게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오 센터장은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11년 이후 하락세인데 이는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세 때문이고 금융위기 후 한국 기업의 이익창출 능력과 재무건전성은 개선됐지만, 투자는 계속 부진하다"며 "총자산 회전율의 구조적 개선이 없다면 한국 주식시장의 PBR에 대한 인색한 평가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코스닥도 상승 제한…바이오·제약 불확실성 걷혀야"

증권사들은 대부분 코스닥 시장에 대한 전망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지만,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크게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상장사 이익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는 데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업체의 다수를 차지하는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양기인 센터장은 "코스닥시장은 상장사 이익 추정치 하향조정으로 지수 레벨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시총 상위에 있는 헬스케어와 정보기술(IT) 업종의 경우 회계처리 이슈와 전방산업 부진 때문에 이익 예상치가 내려가고 있다"면서 "특히 바이오 기업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 이슈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투자심리 회복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목 센터장도 "바이오 업종에 대한 우려가 상존해 코스피가 올해 초의 전고점 근처까지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코스닥시장 역시 글로벌 경기 영향 아래에 있으므로 신규 상장 종목이나 낙폭이 큰 기업 가운데 개별 호재가 있는 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조용준 센터장은 코스닥지수 예상 등락 범위를 650∼850으로 제시하면서 정부의 지원정책 등이 코스닥 중소형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조 센터장은 "최근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경기 민감 대형 가치주보다 중소형 성장주의 우위 가능성을 암시한다"며 "또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정부 정책 기조와 내년 연기금의 코스닥150 현선물 차익거래 증권거래세 면세 등은 코스닥 수급기반 강화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