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신흥시장 상대적으로 선호…베트남·인도·중국"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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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에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내년 증시 전망도 밝지 않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통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2차전지 등 업종은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기대했다.

또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를 비교하면 신흥시장이 상대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 무역분쟁과 미국 통화정책 내년에도 변수
23일 연합뉴스가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의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센터장 대다수는 내년에도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통화정책이 증시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점쳤다.

여기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지수 내 중국A주의 비중 확대 가능성 등도 변수로 꼽았다.

미중 무역분쟁의 경우 양국의 협상이 내년에 원만하게 타결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당분간 더 부정적인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엇갈렸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요인들이 내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미중 무역분쟁은 내년 1분기 중 어느 정도 해결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중 무역분쟁이 2분기를 기점으로 해결 국면에 진입할 경우 중국의 무역장벽 개방안이 나올 것이고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를 가속할 요인이 사라질 경우 주식 등 위험자산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율 인상이 이어질 경우 무역분쟁 악화에 따라 미국이 4월에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갈등과 그에 따른 공포심리는 적어도 1분기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에도 온도 차가 있다.

서영호 센터장은 "12월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약간 완화적인 스탠스로 변화했다"며 "장기적으로는 연준의 태도 변화가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창목 센터장은 "연준이 내년 2∼3회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커져 미국의 장단기(10년-2년 금리) 금리 역전이 이슈가 될 것"이라며 "흔히 장단기 금리 역전은 주식시장의 약세 신호로 알려져 있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MSCI EM 지수 내 중국A주 편입 확대는 한국 주식의 비중 축소로 이어질 악재다.

이와 관련해 서영호 센터장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5G 시대에 0TT 시장 확대로 통신·엔터주 부상
내년에 기대되는 업종으로는 통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가 꼽혔다.

5G(세대) 이동통신 상용화가 이뤄지고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는 등 시장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신주는 5G 모멘텀과 높은 배당수익 등으로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동영상 콘텐츠의 보편화로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주당 순이익(EPS)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미디어·콘텐츠 업종은 유튜브를 통한 글로벌 팬덤 확보에 힘입어 수익화 과정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특히 K팝의 세계적인 인기는 글로벌 콘서트 규모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용욱 센터장 역시 미디어·엔터주를 유망주로 꼽으면서 "최근 OTT 경쟁 심화 속에서 한국 콘텐츠가 경쟁력을 가진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2차전지·배터리와 제약·바이오, 음식료 등도 유망 업종으로 꼽혔다.

양기인 센터장은 "전기차 시장의 본격 성장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업체의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며 "음식료 업종은 최근 제품 단가 인상 모멘텀이 오랜만에 발현되고 있고 주가도 2년째 하락해 가격 매력이 강해지는 기조"라고 말했다.

서영호 센터장은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따라 바이오 CMO(위탁생산) 시장 수요가 견고할 것"이라며 바이오·헬스케어를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 신흥시장 상대적인 우위 예상
리서치센터장들은 대부분 내년에는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의 경기가 상대적으로 괜찮을 것으로 봤다.

구용욱 센터장은 "신흥국의 경기 흐름이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인 점도 신흥국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은 상대적으로 신흥시장을 선호한다"며 "선진시장의 경우 기업이익 증가율의 하향과 시장 변동성 확대로 그동안 받았던 높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의 하향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신흥시장은 밸류에이션 축소가 이미 많은 부분 진행돼 추가적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용준 센터장도 "미국 연준은 점차 비둘기파적인 스탠스를 보일 공산이 커 이에 따른 달러 약세는 신흥국 증시 수급 측면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경기부양책 구체화로 신흥국의 경기 회복 모멘텀을 뒷받침할 공산이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신흥시장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지역으로는 베트남과 인도가 꼽혔다.

중국도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양기인 센터장은 "베트남은 미중 무역갈등 영향이 제한적이고 성장성과 밸류에이션 매력 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은 미중 무역갈등 우려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어 가격 매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현석 센터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무역분쟁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완화될 경우 현재 과매도 수준인 중국 주식의 가격 상승 여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윤희도 센터장은 "신흥국 중에서는 인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승리하게 될 경우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목 센터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중 무역갈등과 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등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약하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리스크 감소와 유가 안정 등으로 한국과 중국 등 올해 부진했던 신흥국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