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기 힘든 세상이다. 국내외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직장인들의 월급 봉투도 얇아질 위기다. 자영업자들은 경기 둔화,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산시장도 녹록지 않다. 잘 나가던 부동산 시장은 꺾였고, 주식시장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에게도 샐러리맨에게도 똘똘한 재테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경닷컴'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어떻게 돈(쩐)을 벌었는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2) '2018 한경 스타워즈 실전투자대회' 우승 김명대 KB증권 도곡스타PB센터 부장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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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었고 어머니는 마을 변방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했다. 남들보다 몇 곱절 더 성실했지만 집은 가난했다. 10살 남짓, 초등학교 3~4학년 쯤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농협에 들르면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쐬며 일하는 은행원들이 못내 부러웠다. 가끔 마주치던 은행원 아저씨에게 슬쩍 들어보니 한달에 200만원은 번다고 했다. 부모님 두분이 잠을 줄여가며 일해도 벌 수 없는 큰 돈이었다. 선풍기 아래서 하얗고 빳빳한 셔츠를 입고 앉아서 일하는 ‘금융맨’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그 즈음이다.

경북 청도 시골에 살던 촌놈은 자라서 서울의 증권회사에 들어갔다. 조금 번 돈으로 평생 절약하고 저축하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던 아버지는 "주식쟁이들은 집안을 말아먹는다고 하더라"며 입사를 말렸다. 주식쟁이가 된 지 24년이 지난 지금 그 시골 촌놈은 국내에서 가장 큰 증권회사에서도 손꼽히게 돈을 잘 번다. 김명대 KB증권 도곡스타PB센터 부장(45·사진) 이야기다. 그는 올 하반기 '2018 한경 스타워즈 실전 투자대회'에서 38.64% 수익률을 기록하며 우승한 공인된 투자 전문가다. 대회 기간 중 코스피지수는 6.71%, 코스닥지수는 9.61% 떨어지는 등 주식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 18일 센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돈 벌고 싶어 영업직에 '손'

잘 다려진 흰 셔츠에 깔끔하게 넘긴 머리가 세련됐지만 여전히 경상도 사투리의 말투는 투박했다. 그는 "시골 촌놈이 이만하면 성공했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경북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1994년 삼성증권에 입사했다. 이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거쳤으며 지난 2016년부터 KB증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저는 삼성증권 공채 1기입니다. 전체 그룹공채로 사람을 뽑던 삼성이 중공업·화학·증권 등 각 계열사별 개별 채용으로 전환한 첫 해에 입사했죠. 들어가니 서울권 좋은 대학을 나온 친구들이 대부분이더군요. 2명 남짓한 지방대 출신 중 하나가 저였습니다."

우수한 동기들이 본사 경영기획직을 지원할 때 그는 영업직에 손을 들었다. "애초부터 돈을 벌고 싶어 증권사에 들어갔으니까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지점에 발령을 받아 다시 고향 근처로 내려갔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아내와 결혼도 했다. 남들보다 두세배는 열심히 일해야 똑똑한 동기들 틈에서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증권에서 일하는 내내 고객 유치율로는 전체 영업사원 중 1% 안에 들었다.

그런데 대구지점에서 7년여를 근무한 후 서초지점으로 발령이 나자 고민이 생겼다. 그는 "지방에서 살던 집을 팔아도 서울에서는 전세 얻기도 힘이 들더라"고 토로했다. 서울로 올라오면서 생활이 빠듯해진 것이다. 맞벌이를 안할 수가 없었다. 대구에서 일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혼자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서초지점에서 일한 6년간 가족들과 떨어져 지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 증권맨이 됐는데 직장인 월급으로 서울살이는 쉽지 않더군요." 결국 그는 안정된 정규직 자리를 놓고 3년 연봉 계약직으로 우리투자증권에 이직했다. 돈을 번 만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데 주안점을 뒀다.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시장은 냉혹했다"

치열한 선수들의 세계는 달랐다. 이직 당시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김 부장도 그 분위기에 편승했다. 하지만 금새 랩 장은 폭락했다. 김 부장이 운용하던 150억원 가량의 고객 투자금은 35~40% 손실이 났다.

"시장은 냉혹했습니다. 매일매일 잠도 잘 못자고 투자금 생각만 했죠. 이제 회사의 그늘막이 없는 진짜 선수가 됐는데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끝이라는 압박감이 말도 못했습니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주력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김 부장은 주식에 강점이 있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주식 공부를 꾸준히 해온 덕이다.

"신입사원 시절 옆자리에 앉아있던 선배가 퇴직금 중간 정산을 받아 바이오주를 대량 사들이더군요. 당시 바이오 업종은 ‘황우석 쇼크’로 하한가 행진을 하던 때였는 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그 선배가 3년 만에 투자금의 100배를 벌었습니다. 바이오 산업의 미래 가치를 꽤 뚫어 본 것이죠. 그때 저는 중간에 정산받은 퇴직금으로 부모님 고향 근처에 땅을 샀습니다. 물론 돈을 거의 못 벌었죠(웃음)."

고객 투자 자금을 주식으로 돌렸고 1년 만에 40%의 손실을 전부 회복했다. 이후 수익률은 나날이 상승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연봉 계약직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정규직으로 KB증권에 들어갔다.

김 부장은 현재 도곡동 타워팰리스 근처에 위치한 스타PB센터에서 강남 큰 손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KB증권의 스타PB센터는 고액자산가를 위한 VVIP 라운지로 주로 30억원 이상 고객을 관리한다. 김 부장이 운용하는 고객 자산은 900억원이 넘는다. 고객 수는 50여 명 정도다. 고객별 투자 수익률은 적게는 50%, 많게는 200% 수준이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어깨에 팔기도 어렵다"

문득 김 부장의 개인 투자 수익률이 궁금해졌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210% 남짓. "저는 제가 돈을 벌어야 고객의 돈도 불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성향마다 투자 비율의 차이는 있겠지만 종목 포트폴리오도 제 개인의 것과 고객의 것을 비슷하게 구성합니다."

김 부장은 어떤 방식으로 주식 투자를 할까. 그는 다양한 종목에 관심을 갖기보단 한두 개의 소수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한 기업에 대해 치밀하게 공부하고 성장 가치를 따져본 다음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강하게 들면 투자하는 것이다. 이 종목들은 처음 매수한 뒤 적어도 2~3년간 보유한다. 매수시점은 철저하게 분산한다. 길면 1년 동안은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꾸준히 매수하기도 한다.

주식투자에서 김 부장이 강조하는 건 사는 타이밍보다 파는 시점이다. "흔히들 주식투자를 할 때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고 조언을 합니다. 사실 어깨에 파는 것도 대단히 어렵죠. 일정 정도 수익이 나면 과감히 매도에 나서야 합니다."

김 부장은 자신의 최근 3년간의 투자 사례를 들었다. 그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연구하는 기업인 차바이오텍을 평균 1만3000원에 사들여 2만8000원에 팔았다. 김 부장은 "투자기간 중 4만원 대까지 치솟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 고수도 고점을 잡기는 어렵다. 적당한 시기에 빠지는 것이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김 부장은 당분간 주식투자는 어려울 것이라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아직 기회는 있다"라고 잘라 말했다. 주가가 많이 빠져 있는 소외된 기업을 잘 선별하라는 조언이다. 김 부장은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소외된 기업은 투자 초기에는 수익률이 부진한 경우가 많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면 빠르게 원래 가치를 찾아간다"며 "소외된 종목을 사서 기다려보라"고 말했다.

요즘 김 부장이 관심을 가지는 업종은 바이오 중 환자의 면역력을 키워 암과 싸우는 힘을 길러주는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 관련 기업이다. 낙폭과대주로 CJ CGV(35,000 0.00%)에도 시선을 기울이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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