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영업적자인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시장 퇴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특례 조치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올 하반기 연구개발(R&D)비 회계감독 지침에 따라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영업손실이 커지면서 줄줄이 관리종목에 지정될 위기에 처하자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은 구제해주기로 했다. 4년 연속 영업손실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차바이오텍 등 코스닥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2022년까지 특례 적용

금융위원회는 19일 정례회의를 열고 ‘코스닥 제약·바이오 기업 상장관리 특례 도입방안’을 의결했다. 이 안에 따르면 회계감독 지침에 따라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영업적자가 나더라도 관리종목 및 상장폐지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다.

현행 코스닥상장규정에는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관리종목 지정 후 1년간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들어간다.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에서 기업 영속성 등을 인정받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일부 바이오 업체는 기술특례로 상장해 영업적자 상폐 요건의 예외를 인정받고 있지만, 차바이오텍 메디포스트 오스코텍과 같이 일반 상장을 한 경우 적자 상태가 지속되며 시장 퇴출 우려가 제기돼왔다. 특히 올해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독 지침에 따라 그동안 R&D 비용을 과도하게 자산으로 잡아 이익을 부풀렸던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실적을 정정해 손실을 키우면서 대거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창국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제약·바이오산업은 장기 연구개발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R&D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상장유지 부담을 일정 기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적자 기업을 살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상장 특례를 적용받기 위해선 △기술평가등급 BBB 이상 △매출 대비 5% 또는 30억원 이상 R&D 투자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250억원 이상 △상장 후 1년 경과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만년 적자' 제약·바이오株, 시장퇴출 위기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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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바이오텍 메디포스트 등 수혜 기대

상장 특례를 적용받기 위해선 한국거래소에 기업이 직접 상장관리 특례적용 신청을 해야 한다. 요건을 충족하면 이미 4년 연속 영업손실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뿐 아니라 앞으로 지정될 위기에 놓인 기업들도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시장에선 차바이오텍이 이번 조치의 수혜를 받아 관리종목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차바이오텍은 4년 연속 영업손실에 따라 지난 3월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R&D 비용 자산화와 관련해 금감원 감리를 받았던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영업이익 1억원을 영업손실 67억원으로 정정했다.

메디포스트와 CMG제약, 이수앱지스, 오스코텍, 바이오니아 등 감독원 지침에 따라 지난해 실적을 정정하며 적자가 늘어난 기업들도 특례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다. 메디포스트는 감독원 지침에 따라 지난해 재무제표를 정정해 영업손실 폭이 기존 531만원에서 36억원으로 커졌다.

올해 재무제표를 감독지침에 따라 정정할 기업들도 이번 특례 대상에 해당된다. ‘일반 상장(기술특례 제외)’으로 기업 공개한 제약·바이오 업체는 총 116개에 달한다. 이들 업체 중 R&D 자산화 비중이 높은 기업의 실적 정정이 잇따를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리 대상에 들어가 실적을 정정한 기업뿐 아니라 앞으로 자진해서 실적을 정정할 기업들도 특례 대상이 될 것”이라며 “2018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상 재무제표에 연구개발비를 자진 정정하는 경우에는 감리에 따른 조치도 내리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