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반도체전문가 노하우 살려 유망 IT中企 '족집게 투자'
BNW인베스트먼트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총괄 메모리제조담당 사장을 지낸 김재욱 대표(사진)가 2013년 세운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기흥공장장 출신인 김 사장은 반도체 제조 경력만 40년에 달하는 반도체 및 제조 베테랑이다.

PEF가 뭔지도 모르던 김 대표가 PEF 운용사를 차린 계기는 중소기업 사장들과의 교류 때문이었다. 사장을 그만두고 3년간 삼성전자 상담역으로 지낸 시절 김 대표는 많은 중소기업 사장을 만났다. 그들의 고민은 한결같았다. 회사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성장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것. 트렌드를 읽고 선택할 것과 집중할 것을 가려내는 데 인생을 바친 김 사장이 자신 있는 분야였다. PEF가 김 사장이 평생 익힌 노하우를 중소기업 성장에 쏟아부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소개한 건 투자업계 지인들이었다.

일분일초가 아깝다고 생각한 김 대표는 상담역 자리를 1년 먼저 반납했다. 그리고 36년 동안 2차전지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장동식 전 삼성SDI 연구소장(현 BNW인베스트먼트 부사장)과 함께 BNW를 설립했다. 현장 전문가들의 PEF 설립은 투자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증권사, 컨설팅회사, 회계법인에서 인재들이 속속 합류했다.
40년 반도체전문가 노하우 살려 유망 IT中企 '족집게 투자'
김 대표는 ‘새로운 세계를 펼쳐 나가자(Brave New World)’라는 뜻으로 회사 이름을 BNW로 지었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자’ ‘5년 내 중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사업은 하지 않는다’ ‘유행을 좇지 않고 잘 아는 산업만 한다’ 등을 투자 원칙으로 정했다.

김 대표는 “재무 전문가들은 과거 실적을 토대로 미래 기업가치를 가늠하다보니 가장 중요한 산업 트렌드와 가치사슬 변화를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BNW는 하루게 다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가치사슬 변화를 연구소, 대학, 중소기업 등 여러 분야에 포진한 ‘삼성 네트워크’로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NW는 2013년 반도체 장비 세정 업체 코미코에 투자해 지난해 22.7%의 내부수익률(IRR)을 올리고 투자금을 회수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2차전지 소재업체 에코프로비엠(2017년 투자)은 상장이 완료되면 90% 가까운 IRR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NW는 설립 5년 만에 누적 운용자산(AUM)이 2672억원으로 불어났다.

김 대표는 “투자할 중소기업이 없다고 말하지만 새로 창출되는 시장에서 성장할 만한 중소기업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독일 기업들과의 기술력을 좁히고 있는 반도체 도급 분야를 예로 들었다. 그는 “매출 100억원짜리 중소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고객으로 맞으면 단번에 중견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그런 회사를 발굴해 대기업에 연결하는 일이 PEF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