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株 고수' 4인방의 2019년 투자 4色 전략
‘한국의 워런 버핏’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던 펀드매니저들이 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저평가된 우량주를 발굴해 끈질기게 기다린 뒤 차익을 내는 가치투자 전략을 내세운다. 2012~2014년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서도 연 15% 넘는 수익을 내며 명성을 떨쳤다. 4인방의 이름만 믿고 수억원의 ‘뭉칫돈’을 맡긴 강남 자산가가 적지 않았다.

이들의 명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삼성전자를 앞세운 대형주 장세와 바이오주 등의 성장주 장세가 이어지면서 가치주 펀드 수익률이 뒤처졌다. 하지만 다시 가치주에 기회가 오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 네 명과의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내년 코스피 박스권 장세…ETF보다 중소형 자산株 주목해야"

▶올해는 주식 투자자들에게 힘든 한 해였습니다. 내년 전망은 어떻습니까.

(허 사장) “코스피지수가 당분간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스권 장세가 다시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이 대표) “최악의 경우 내년 상반기에 코스피지수가 180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봅니다. 저점 확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최 본부장) “내년 시장 전망이 워낙 어둡기 때문에 오히려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회는 항상 시장이 ‘최악’을 얘기할 때 있었습니다. 악재가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반전의 계기만 나타나면 지수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 회장) “내년에는 코스피지수가 2100~225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봅니다.”

▶가치주가 반등할 것이란 얘기는 지난 몇 년간 계속됐습니다. 내년엔 정말 다를까요.

(강 회장) “성장률 둔화와 기업이익 감소 등으로 증시 상승세가 주춤해지면 오히려 가치주에 기회가 옵니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주 환원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가치주가 다시 주목받을 겁니다.”

(허 사장) “아파트에만 재건축이 있는 게 아닙니다. 기업도 재건축을 합니다. 한진칼 사례처럼 기관투자가의 주주환원 요구가 더 활발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최근 한진칼 주가가 오른 건 기본적으로 회사가 탄탄한 수익과 재무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싼 주식이 많습니다.”

(이 대표) “역사적으로 주식 시장은 성장, 정체, 하락을 반복해 왔습니다. 성장주와 가치주의 흥망성쇠도 그에 따라 반복됐습니다. 그동안 성장주에 과도한 프리미엄을 부여한 것이 아닌지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시장에선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등 일부 가치주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선제적으로 가치주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가 높습니다.

(허 사장) “경험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자산이나 상품은 그 시점이 ‘꼭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까운 예로 작년 말 가상화폐 붐이 있었죠.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코스닥 레버리지 ETF 등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강 회장) “지수가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자리잡으면 ETF보다는 액티브 펀드로 자금이 이동할 겁니다.”

(이 대표) “박스권에선 지수보다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대형주가 정체되면 중소형 가치주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치주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투자 전략에 변화가 있습니까.

(최 본부장) “성장주와 가치주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편인 게임이나 바이오주라도 어떤 기업이 미래 성장성 대비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면 적극 투자합니다.”

(이 대표) “과거처럼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만으로 가치주를 고르기 힘들어졌습니다. 인터넷 기업들은 많은 부지와 시설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산이 적어서 PBR이 높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있습니다.”

▶내년에 주목해야 할 종목은 무엇입니까.

(이 대표) “지금 가장 싼 주식이라면 SK하이닉스, 롯데케미칼 등입니다. 하지만 이 주식들은 경기에 민감합니다.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과감하게 담을 수 있는 가치주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음식료, 유틸리티 등 필수소비재 업종이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을 것으로 봅니다.”

(최 본부장)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있는 게임주가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허 사장)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국내 조선, 철강 등에 다시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장 방어력을 갖춘 고배당주도 주목해야 합니다.”

(강 회장) “가치주도 성장가치주와 자산가치주로 나뉩니다. 내년엔 자산가치주가 주목받을 것으로 봅니다.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 확대와 맞물려서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의 주가가 많이 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주와 지주사들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최만수/나수지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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