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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삭제' 벤처투자법 심사 중
"낡은 법 개정해야 선순환 구조"
국내 1위 벤처캐피털(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올 한 해 해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한 돈은 약 2000억원에 달한다. 기업의 세계화와 더불어 자본의 세계화가 이뤄져야 벤처생태계가 지속 발전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자본금의 40%로 제한한 해외 투자 규정은 이 같은 VC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암초가 되고 있다.

벤처생태계 조성의 주역인 VC들이 2015년을 기점으로 해외 투자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KTB네트워크, LB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등 VC업계 전통의 강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다. 이들은 바이오,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가 중국 데이팅 앱(응용프로그램) 업체 탄탄에 약 60억원을 투자한 후 3년 만에 인수합병(M&A)을 통해 6배 넘는 수익을 올린 게 대표적이다. 아주IB투자는 미국 바이오 회사에 투자해 9개 기업을 나스닥에 상장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제17조에서는 VC가 만드는 펀드인 창업투자조합의 해외 투자 한도를 납입자본금의 100분의 40으로 제한하고 있다. VC들이 해외 투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규제다. 모태펀드 출자를 받아 조성하는 한국벤처투자조합은 따로 해외 투자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VC들은 해외 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반드시 한국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VC들이 해외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은 자본시장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는 게 벤처업계 진단이다. 해외 투자 경험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보한 국내 VC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해외 시장에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국내 스타트업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배달의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이 글로벌 투자사인 골드만삭스를 끌어들인 게 대표적이다.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는 미국 대표 VC인 클라이너퍼킨스를, 마켓컬리의 더파머스는 중국의 세콰이어캐피털을 주주로 맞았다. 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해외 투자사 유치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 창업지원법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나눠진 벤처투자 관련 법률 체계를 일원화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새롭게 입법예고된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해외 투자 한도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법제처를 심사를 거쳐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만 주무 부서인 중소벤처기업부가 VC들이 국내 스타트업 지원에 더 힘써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VC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 확대를 막는 것은 국내 스타트업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낡은 법을 개정해야 VC와 스타트업이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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