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강한 반등세를 보이는 현대자동차그룹주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차 판매 기대에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워낙 낮아 ‘더 떨어지긴 쉽지 않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진의 세대교체로 신규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株, 신차 타고 '쾌속질주'
현대차, 11만원대 안착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7000원(6.28%) 오른 11만85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2일 장중 9만2500원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28.10% 올랐다. 이 기간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자가 각각 263억원, 80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다른 현대차그룹주도 상승세다. 지난 10월 장중 2만6200원까지 떨어졌던 기아자동차는 이날 3.03% 상승하며 3만2000원대를 회복했다. 이날 9.01% 급등하며 19만3500원에 마감한 현대모비스도 전 저점(11월23일, 16만5000원) 대비 17.27% 상승했다.

시장에선 현대차그룹주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내년에는 기저효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 영업이익은 올해 37.92% 감소하지만 내년엔 36.25% 늘어 3조86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의 내년 영업이익이 43.58% 늘고, 현대모비스(2019년 영업이익 증가율 20.43%)와 현대글로비스(8.82%)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예상이다.

신차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선보인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는 지난 2주간 진행한 예약판매에서 2만 대 넘게 팔렸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대형 SUV 시장은 연간 4만 대(신차 판매량 기준) 수준이다. 내년에는 제네시스 대형 SUV를 비롯해 쏘나타, 제네시스 G80 등 주력 모델의 신제품도 출시한다.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현대차의 12개월 선행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41배에 불과하다. 기아차(0.43배), 현대모비스(0.52배), 현대글로비스(0.95배) 등도 1배가 안 된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신차 판매 호조, 자사주 매입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쇼트커버링(공매도 상환을 위한 주식 매수) 물량이 늘고 있어 당분간 수급이 안정적일 것”이라며 “최소한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세대교체 본격화

중국이 이날 미국 자동차 관세를 40%에서 15%로 낮추기로 한 것도 현대차그룹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이 무역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 관세 부과를 취소한 것”이라며 “무역 분쟁 이후 수요가 급감했던 미국과 중국 자동차 시장의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체제에 대한 기대도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주가 저평가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미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컸기 때문이다. 12일 인사에서 ‘정의선 친정 체제’가 구축되면서 신사업 추진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 부회장과 1960년대생 경영진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사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이번 세대교체로 정체됐던 현대차그룹이 변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