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닮아가는 소니…게임으로 20년만에 최대 이익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을 제치고 16년 만에 다시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다. 이는 한 번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쇠퇴한 기업이 다시 1위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는 변화의 속도가 특히 빠르고 부침이 심한 정보기술(IT)업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아시아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주인공은 한때 ‘일본 제조업 몰락’의 상징이던 소니다. 불과 5년 전 상반기에 165억엔의 순손실을 내며 하루에 시가총액이 22억달러 증발했던 소니는 올해 20년 만에 최대 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부활’의 1등 공신은 플레이스테이션이 이끄는 게임 부문이다. 과거 소니는 워크맨, TV, CD플레이어로 대표되는 가전제품 중심 회사였다. 지금은 게임을 비롯해 영화, 음악사업이 매출의 40%,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엔터테인먼트·콘텐츠 기업으로 변신했다.

과거 비디오 게임은 아이들이 즐기는 장난감 정도로 치부됐지만 지금은 성인이 돼서도 즐기는 취미로 자리를 잡았다. 출시된 지 5년이나 되는 플레이스테이션4는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주목할 점은 소니의 게임 부문이 넷플릭스처럼 매달 유료 구독을 유도하는 플랫폼형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게임 타이틀만 일회성으로 구매하면 됐지만, 지금은 더 많은 기능과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콘텐츠를 유료로 다운로드하거나,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이런 구독 모델은 소비자를 경쟁사 제품으로 옮겨가지 못하게 하는 록인(lock-in) 효과를 갖고 있다. 현재 유료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구독자는 3400만 명에 달한다. 이를 통해 사업모델은 더 견고해졌다.

최근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를 중심으로 세계 음악산업이 살아나는 가운데 소니는 매출 기준 세계 2위 음반사인 EMI를 19억달러에 인수하며 음원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소니는 EMI 인수 후 음악 퍼블리싱 사업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소니 경영진은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반복 구매 매출’ 비중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현재 11배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받는 소니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플랫폼, 콘텐츠 기업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주가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 후 오랜 기간 소니의 성장을 이끌었던 가전사업을 과감히 축소하고 미래 사업 투자로 부활한 소니의 사례는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한국 기업의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