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식형 펀드가 고전하고 있지만 인도 펀드는 꿋꿋이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 급락으로 원유 수입 규모가 큰 인도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보고 있는 데다 탄탄한 내수가 부각되면서 인도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선 덕분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신흥국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성장성이 돋보이는 인도 증시가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에 미소짓는 인도펀드
1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도 펀드 25개는 최근 한 달 동안 3.97% 수익을 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20개 해외 펀드 유형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높았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1.38%, 국내 주식형 펀드는 -1.36%다.

이 기간 가장 높은 수익을 낸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인도 니프티50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인도 니프티50지수 하루 등락폭의 두 배만큼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한 달 동안 4.62% 수익을 냈다. ‘NH-아문디 Allset 인도’(최근 한 달 수익률 4.38%) ‘KB 인디아’(3.23%) 등이 뒤를 이었다.

인도 펀드는 올 들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 금리인상,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면서 신흥국 증시가 타격을 입었다. 인도 증시 역시 이를 피하지 못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달부터다. 신흥국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글로벌 펀드 자금이 미국 등 선진국을 떠나 신흥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펀드 시장에서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7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신흥국 시장에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으면서 지난주(11월30~12월6일) 신흥국 전 지역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신흥국 투자심리가 개선되면 인도 펀드의 반등세가 가장 뚜렷할 것으로 보고 있다.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가 두텁고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이유에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도 증시 상장사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중국을 앞질렀는데, 노동비용은 중국의 70%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의구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대체재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크게 떨어진 것도 인도 증시에 긍정적이다. 최근 두 달 동안 내년 1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29.2% 하락했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에 이은 원유 수입국 3위다. 문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인도 경제 수혜 기대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