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코스닥 상장사 재무담당 임원을 지낸 뒤 고향인 울산 중구로 내려온 김성중 씨는 지역의 예산과 결산 상황이 궁금해 구 홈페이지에 들어가봤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내용이 워낙 복잡해 구의 살림살이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인구 23만 명에 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결산서가 주주 수천 명인 코스닥 업체보다 못하다”고 했다.

지자체의 회계 정보 공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역시 등 인구가 많은 지자체의 재무제표 결산서는 분량이 수천 쪽에 이르는 데다 숫자만 나열하고 있어서다. 지방정부가 출범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회계정보를 통한 소통 노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서울시 결산서와 첨부서류의 총 분량은 3804쪽이다. 결산서 2061쪽에 첨부서류도 1743쪽에 달한다. 수원시는 총 3320쪽, 인천시 울산시 충주시도 2000쪽이 넘는다.

‘군’ 단위의 지자체로 내려가면 결산서 공개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곳도 많다. 2016, 2017년 결산서와 결산검사보고서에 순세계잉여금 등 일부 수치를 누락한 구가 3곳, 군은 14곳에 달했다. 이 중 경남 함양군, 경북 군위군, 경북 청송군은 정보 공개를 거부하기도 했다.

지자체의 회계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공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이 예산 확정 또는 결산 승인 후 두 달 안에 예산서와 결산서를 기준으로 주요 내용만 주민에게 공시하도록 돼 있을 뿐 결산서 전체를 공시해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전체 결산서는 행정안전부 또는 상급단체인 시·도에 보고 의무만 있다. 공시된 재정 정보들은 행안부 등에 보고하는 결산서와 순서 및 내용이 달라 회계 전문가조차 비교 분석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수정/김진성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