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상장된 장기 국채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최근 한 달 새 크게 뛰었다. 경기 둔화 우려로 미국과 한국의 장기 채권 금리가 빠르게 내려간(채권값 상승) 영향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채 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 국채 ETF 수익률 '껑충'…한 달간 8%대
7일 KB자산운용의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 ETF는 25원(0.27%) 오른 9335원에 마감했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에 상장된 30년 만기 미국채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8.29%다. 같은 기간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은 5.73%,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은 4.50% 올랐다. 최근 한 달 동안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가 8.3%,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가 10.5% 급락하면서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값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지만 경기 둔화 우려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예상보다 빨리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장기 국고채 ETF 수익률도 한 달 새 크게 올랐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OSEF 국고채10년레버리지’는 최근 한 달 동안 4.86%, ‘KODEX 국채선물10년’은 2.85%, ‘ARIRANG 국채선물10년’은 2.73% 올랐다. 채권 투자 상품으로는 가파른 상승세다. ‘KODEX 국채선물10년’은 지난 6월 이후 수익률이 6.8%에 달한다. 연 2.7%를 웃돌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현재 연 1.9%대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단기채 위주로 투자하라는 권유가 많았다.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이자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값이 떨어져 자본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채 금리가 예상 외로 급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선 경기 둔화 우려 확산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국채 금리가 계속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5월부터 하락세를 보인 한국 국고채보다 지난달부터 하락세로 전환한 미국채 금리 하락폭이 더 클 것이란 예상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