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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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기 금리가 급락하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장단기 금리 격차의 추세적 역전과 경기침체 가능성은 모두 낮다는 분석이다.

미 국채10년 금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일주일 만인 6일 장중 2.82%까지 24bp(1bp=0.01%포인트) 급락했다.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격차도 25bp에서 12bp까지 빠르게 축소되면서 일드커브(수익률 곡선) 역전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미 국채 일드커브 중 일부구간인 5년물과 2년물, 5년물과 3년물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과거 이같은 경우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역전으로 이어졌고, 1986년 이후 세 차례의 역전은 어김없이 경기침체로 연결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장기금리 하락과 일드커브 평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의 금리 격차는 14.4bp까지 축소되며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축소됐다.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 격차의 추세적인 역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신동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10년물과 2년물 금리 격차의 추세적인 역전 가능성은 낮다"며 "10년 국채금리가 먼저 하락했지만, 2년 금리의 하락 여지도 크다"고 설명했다.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격차가 기술적인 요인들로 인해 일시적으로 역전폭이 깊어질 위험도 있지만 역전이 추세적이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과거 경기침체로 연결됐던 사례에서는 모두 6개월 이상의 추세적인 역전 이후 정상화가 시작된 지 4~15개월 뒤 경기침체에 진입했다.

당분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게 신 연구원의 분석이다. 경기침체 이전에 관찰되는 과잉부채와 대출은 물론 과잉투자와 소비, 재고 등의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다.

그는 "뉴욕연준 등 지역 연준들이 추정하는 경기침체 확률도 여전히 낮다"며 "지역 연준들이 경기침체의 예측력이 높은 지표로 참고하는 것은 10년물과 2년물 격차가 아닌 10년물과 3개월물의 격차인데, 아직 49bp로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12월 금리인상 이후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Fed 위원들이 12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 이후 새로운 관망 정책 스탠스에 대한 신호를 줄지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Fed가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마다 향후 경제와 시장 움직임에 상당 부분 의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연구원도 "Fed가 만약 12월에 인상하더라도 향후 '일시멈춤'의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며 "경기침체가 두려워 금리인상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경기감속 시기에 속도조절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멈출 수도 또는 후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드커브 역전을 방어하고 경기상승국면을 장기화 할 수 있어서다.

그는 "파월 의장이 추구하는 ‘1990년대 그린스펀의 Fed’는 일드커브 역전을 방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심지어 몇 차례 금리를 내리기도 하면서 역사상 가장 긴 경기상승국면을 이끌었다"며 "당시와 마찬가지로 인플레 압력이 미약하고 과열조짐도 없으며,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추정치의 하단에 근접한 상태이니 지금의 Fed도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형석 한경닷컴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