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이후 증시가 조정받으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자금이 들어왔다. 최근 3개월간 주식형 펀드에 3조5000억원 가까운 돈이 순유입됐다. 하지만 대부분 지수 수익률을 따라가는 패시브 펀드로만 몰렸다. 최근에는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 수익률이 패시브 펀드를 앞서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의 자금 운용 패턴은 바뀌지 않고 있다. 펀드매니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지수 상승 때 두 배만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펀드매니저 못 믿어"…ETF에만 돈 몰린다
레버리지 ETF에 꽂힌 개인투자자

4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3조4921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가운데 패시브 펀드에 3조8627억원이 새로 들어왔고, 액티브 펀드에선 3705억원이 빠져나갔다.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저점 매수-고점 매도’ 패턴으로 움직인다. 10월 말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23.4%까지 하락하자 펀드매니저들은 저가 매수세 유입을 기대했다. 하지만 돈은 패시브 쪽에만 몰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체 주식형 펀드 순자산에서 패시브 펀드와 액티브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3.5%, 46.5%였지만, 그 격차가 59.7%, 40.3%로 벌어졌다.

패시브 펀드 가운데서도 레버리지 ETF에 주로 자금이 들어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한 상위 7개 ETF가 모두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KODEX 레버리지’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신한 인버스×2 천연가스 선물’ 등의 순이었다. 최근에는 기관투자가도 ETF를 담고 있다. 9월 이후 공모펀드 매니저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KODEX 코스닥 150’(3497억원 순매수)이었다.

투자자들이 패시브 펀드를 선호하는 것은 수익률 차이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패시브 펀드 수익률은 14.02%로, 액티브 펀드(-2.60%)를 16%포인트 이상 앞섰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모 과장(38)은 “수익은 안 나는데 수수료만 계속 빠져나가 올초 펀드를 다 해지했다”며 “요즘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지수가 떨어질 때 레버리지 ETF를 사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액티브 장세 예상되는데…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어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김범석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다우존스 한국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패시브 펀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ETF 종류가 점점 많아지고 운용 시스템도 정교해지고 있어 패시브 쪽으로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 우세를 점치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몇 년간은 지수에 영향을 주는 대형주 중심으로 증시 흐름이 나타났지만 점차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액티브 펀드는 특정 테마의 강세가 예상될 때 적극적으로 비중을 조절하며 대응할 수 있어 중소형주, 배당주 등이 강세를 보일 때 좋은 성과를 낸다.

올 들어 액티브 펀드 수익률(-14.87%)은 패시브 펀드(-18.90%)를 앞서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수익률도 액티브 펀드(0.63%)가 패시브 펀드(-0.48%)보다 높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최근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고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액티브 펀드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며 “내년에는 주도주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