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현대오일뱅크의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에 경징계를 내렸다. 예상 공모금액이 2조원에 달해 올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현대오일뱅크는 약 3개월간 발목을 잡았던 감리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상장 작업에 재시동을 걸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8일 정례회의를 열고 자회사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다 관계기업으로 바꾼 현대오일뱅크에 다섯 단계 징계 중 가장 낮은 ‘주의’ 조치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증권 발행에 지장이 없는 제재 수위다. 금융당국은 자발적인 사업보고서 정정은 제재 감경 사유가 된다는 점을 반영해 현대오일뱅크에 경징계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쉘베이스오일은 2012년 현대오일뱅크가 글로벌 에너지업체 쉘과 합작해 세운 윤활기유 제조업체다. 현대오일뱅크가 60%, 쉘이 40%의 지분을 들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독자적인 실질 지배력을 가졌다고 보고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했지만, 상장준비 과정에서 쉘과 공동으로 내린 의사결정이 있어 공동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 6월 정정공시를 통해 관계기업으로 변경했다.

가장 큰 변수였던 회계 감리가 경징계로 마무리되면서 현대오일뱅크는 일시 중단됐던 상장작업에 다시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8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증시 입성을 노렸지만 금융당국의 회계 감리로 일정이 지연됐다.

시장에선 현대오일뱅크가 이르면 다음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6개월 안에 공모 절차를 마무리해야 해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그동안 감리 결과만 잘 나오면 내년 1분기에 상장하겠다고 밝혀왔다”고 했다. 이어 “최근 증시가 조정받고 유가 급락으로 정유사 실적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룹 재무구조 개선이 상장의 최우선 목적인 데다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와의 신뢰를 지키려는 의지도 커 일정을 더 미루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자금조달 여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오일뱅크의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번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출로 보유 지분 중 일부를 팔아 1조원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조달한 자금은 현대중공업지주 차입금 상환 등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할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 IPO가 그동안 진행해온 강도 높은 자구안의 ‘마지막 퍼즐’이란 평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