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실탄(현금)’을 넉넉하게 갖고 있는 기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더라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있는 185곳 중 154곳의 현금성자산(현금 및 단기금융자산)이 내년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현금성자산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129개다.

변동성 큰 장세, '현금 부자' 기업에 눈길
하나금융투자는 현금성자산 비율이 KRX300지수에 속한 기업 평균치(8.3%)보다 높은 LG화학(10.8%), 호텔신라(12.0%), 대림산업(16.2%), 에스엠(25.7%) 등과 부채비율이 평균(113.2%)보다 낮은 포스코(69.2%), 현대모비스(39.5%), 삼성SDI(53.1%)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밝혔다. 현금이 충분하고 부채가 적어 위기 때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고, 미국은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어 부채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며 “호황기엔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 여부가 중요하지만 성장 둔화가 우려되는 시기에는 현금 흐름이나 재무건전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무건전성이 좋은 기업 가운데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자기자본)이나 배당성향이 낮은 곳, 최대주주 지분율이 작은 기업도 관심 대상으로 꼽았다. 자본효율성 개선 가능성과 배당확대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최근 3년 평균 ROE는 4.6%, 최대주주 지분율은 20.6%다. 각각 KRX300지수에 포함된 기업 평균(ROE 10.8%, 최대주주 지분율 40.7%)에 미치지 못했다. KT(5.5%, 10.2%), 기아자동차(6.7%, 35.6%), 삼성SDI(4.8%, 20.6%) 등도 관심을 가질 만한 종목으로 꼽았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