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주째 2000선에 머물며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처럼 증시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을 땐 수급에 집중하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쌍끌이’ 매수에도 주가가 아직 덜 오른 종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기관 '러브콜'에도 덜 오른 종목 '찜'
기관·외국인 순매수 강도 ‘주목’

22일 코스피지수는 6.60포인트(0.32%) 하락한 2069.95에 마감했다. 증권업계에선 국내 증시가 지난달처럼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벗어나 단기적으로 안정을 찾았다고 본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미국 뉴욕증시 급락 등 갖은 악재에도 2000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비교적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위축된 투자심리를 끌어올릴 만한 ‘방아쇠(트리거)’가 없어 주가가 오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기관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수급이 호전된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을 앞두고 기관들이 실적 좋은 편입 종목을 추가 매입하고, 저조한 종목을 처분하는 ‘윈도드레싱’에 나서면서 수급상 우위에 있는 종목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며 “기관·외국인 동시 순매수 강도(시가총액 대비 순매수 대금 비율)가 높지만 아직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종목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롯데쇼핑, 동아에스티, LG전자, 진에어 등이 동시 순매수 강도 상위 10위 이내면서 최근 1개월 주가 상승률(지난 21일 종가 기준)이 10% 미만인 종목 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11.2% 증가한 199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1개월 주가 상승률이 4.19%로 낮았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도 롯데쇼핑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나는 등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도 주가가 5.34% 오르는 데 그쳤지만 상승 잠재력이 높은 종목으로 거론됐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빈혈 치료제 바이오시밀러인 ‘DA-3880’이 내년 3분기쯤 일본에서 허가가 날 것으로 본다”며 “연내 유럽에서 임상3상이 시작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서울반도체, 스튜디오드래곤, 대아티아이, 에스모 등이 높은 동시 순매수 강도에도 주가가 보합권에 머물거나 5%가량 하락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서울반도체는 LED(발광다이오드) 특허소송에서 잇달아 승소하고 베트남 LED 라인이 정상화되면서 내년엔 영업이익이 32.5%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GKL, 배당매력·잠재력 겸비”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주목받는 고배당주 중에서도 개선된 수급에 비해 주가 흐름이 부진한 종목이 많다. 유가증권시장에선 동양생명, GKL, 두산, 신영증권 등이 이런 종목이다.

카지노 운영업체인 GKL은 올 3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향후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거론됐다. 송재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3분기엔 사내복지근로기금, 통상임금 추가 반영 등 일회성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1% 줄었다”며 “하지만 영업실적은 10월 칩 구매액이 2015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배당수익률도 4% 수준으로 높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삼양옵틱스, 진로발효, 골프존, 이크레더블 등 종목이 동시 순매수 강도가 높으면서도 주가가 떨어진 고배당주로 분류됐다. 심의섭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양옵틱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4% 감소한 33억원에 그쳤지만 자동초점조절(AF) 카메라 렌즈시장 진입에 성공할 경우 매출이 크게 늘어 잠재력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