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2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특정 기업에 친인척 특혜 채용 등을 강요해 왔다”며 채용 비리와 관련된 문건을 공개했다.

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 금속노조 울산지부 소속 S사 노동조합의 요구로 S사가 2011~2013년과 올해 노조 조합원의 자녀 등 친인척과 지인 40명을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울산에 있는 S사는 현대자동차의 1차 부품 협력사로, 지난해 2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종업원 1000명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생산직 기준 평균 연봉은 4000만~6000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S사가 지난 6월 발행한 사내 소식지로, 친인척과 지인 30명을 추천해 입사시킨 조합원 29명의 명단이 적혀 있다. 명단에는 추천자 이름, 추천자와 입사자의 관계, 입사자 이름이 순서대로 들어가 있다. 입사자는 노조원의 자녀가 13명, 자녀를 뺀 친인척과 지인이 17명이다. 문건에는 올해 2월 생산직 신규 채용 과정에서 현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며 채용 인원 12명 중 10명을 조합원 자녀로 할 것”이라고 사측에 요구한 내용도 담겨 있다.

하 의원은 “놀라운 것은 노조가 회사에 고용 세습 우선순위까지 정해줬다”고 했다. 당시 노조가 제시한 기준을 종합해보면 신규 채용 우선순위는 △퇴직을 3년 앞두거나 퇴직한 지 3년 이내인 조합원 자녀 △퇴직을 4년 앞둔 조합원 자녀 △조합원의 친인척 및 지인 △대한민국 청년 순이다. 하 의원은 “현 노조 집행부는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채용 공고 연기와 조합원 자녀 채용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처음엔 회사와 노조 둘 다 이 같은 사실을 숨기려 했지만, 노조의 요구가 너무 무리해 결국 누군가가 고용 세습 실태를 담은 소식지를 제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명단 공개는 민주노총의 고용 세습 관행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나서서 민주노총 전 사업장을 전수조사하고, 관련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고용 세습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사측과 맺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현대차, 금호타이어, 현대로템, 성동조선해양, S&T중공업, S&T대우, TCC동양, 두산건설, 태평양밸브공업 등 9곳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노조도 롯데정밀화학, 삼영전자, 현대종합금속 등 세 곳이 있다. 하 의원은 기자회견 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산하 노조의 고용 세습 행태를 알면서도 방관했던 민주노총이 탄력근무제 확대와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해 21일 총파업을 한다”고 비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