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20일 오전 4시15분

국내 3위 케이블TV 업체(SO)인 딜라이브 매각이 진전될 조짐을 보이면서 유료방송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도 위기인 딜라이브는 매각되지 않으면 생존이 힘든 상황이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정위 규제는 그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한 케이블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채권단은 딜라이브 연내 매각을 목표로 잠재적 인수후보와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마켓인사이트] "딜라이브 매각 땐 유료방송시장 재편 신호탄 될 것"
딜라이브는 내년 6월 약 1조4000억원의 인수금융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 재무 상황을 고려할 때 대출금 상환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만기 연장 역시 어려울 전망이다. 업황 자체가 좋지 않은 데다 2016년 한 차례 연장에 이은 추가 연장에 일부 채권단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서다. 2016년에도 국민연금 등 일부 채권단이 만기 연장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딜라이브는 부도 직전까지 몰렸었다. 사실상 매각만이 회사를 살릴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매각이 불발되면 채권단이 대출 조기 회수에 나서는 기한이익상실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채권단을 포함해 200만 명이 넘는 가입자와 2000여 명의 임직원이 피해를 입게 된다. 2016년 권역별 시장점유율 규제를 이유로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불허한 공정위가 딜라이브 매각은 막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딜라이브는 말 그대로 부도를 막기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이던 CJ헬로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인터넷TV(IPTV) 업체들도 국내 3위 SO인 딜라이브를 싼값에 인수할 기회로 보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실사를 벌였고, KT도 최근 실사에 나섰다. 연내 딜라이브 매각을 위한 본입찰 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딜라이브 매각이 성사되면 국내 1위인 CJ헬로를 비롯해 SO 매각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 업체들은 2008년 IPTV의 유료방송시장 진출 이후 성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IPTV가 전국망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반면 케이블TV는 권역별 규제 때문에 확장이 불가능했다. IPTV들이 내놓은 결합상품에 밀려 고객 이탈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위의 엄격한 경쟁제한 심사로 회사를 팔고 싶어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M&A를 통해 자연스럽게 업계가 재편되면 활발한 투자가 가능해져 사업자는 물론이고 이용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