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18일 오후 3시35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2대 주주에 오른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씨지아이(KCGI)가 한진그룹 경영권을 장악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신 비주력 자산의 활용 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한진칼의 기업 가치 제고를 거들겠다고 했다.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지분경쟁 등 분쟁이 커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한진칼을 비롯해 급등했던 한진그룹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마켓인사이트] "한진칼 경영권 장악 의도 없어…기업가치 올릴 것"
KCGI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 경영권을 장악할 계획은 없으며 주요 주주로서 경영진의 그릇된 결정을 막고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한진칼 지분 9.0%를 매입했다고 공시한 이후 대주주와 경영권 분쟁을 벌일 것이란 시장 관측과는 다른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한진칼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KCGI는 “유휴 자산이 많고 적절한 투자 시점을 놓쳐 한진칼 기업 가치가 극도로 저평가됐다”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투자 이익을 올리면 지분을 일시에 팔고 나가는 이른바 ‘먹튀’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KCGI는 “일부 외국계 투기 자본처럼 한진칼에 배당을 비합리적으로 늘리거나 인력 구조조정을 요구할 계획이 없다”며 “장기 투자로 기업 가치를 높여 직원·주주·고객의 이익을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켓인사이트] "한진칼 경영권 장악 의도 없어…기업가치 올릴 것"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KCGI가 한진칼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보다는 비주력 자산 매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진칼은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를 통해 제주·서귀포 칼호텔과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그랜드하얏트 인천,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 대한항공을 통해서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등을 보유 중이다. 서울과 인천, 제주도 중심 상권에 장부 가치로 부동산을 갖고 있는 만큼 개발하거나 시장 가격에 매각하면 적잖은 차익이 예상된다. KCGI는 내년 3월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제안 방식으로 기존 경영진을 압박할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증시에서는 한진칼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한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한진칼 대주주와 경영권 분쟁을 벌여 주주친화책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온건한 입장’이라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6.69% 내린 2만6500원에 마감했다. 대한항공(-2.4%), 진에어(-4.36%), 한진(-4.51%) 등도 주가가 내렸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