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사태 '저평가 자산株' 부각
국내 행동주의 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저평가된 자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개입을 염려한 상장사들이 서둘러 경영 개선, 배당 확대 등을 추진하면 주가가 올라갈 것이란 기대에 따른 것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가 “한진그룹의 경영 활동을 견제하겠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 주주행동주의가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국내 헤지펀드로는 처음으로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의 운용사 교체를 요구하는 등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늘고 있다. 법적으로도 경영권 참여와 견제가 쉬워질 전망이다. 최근 법무부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갖고 지지 후보 한 사람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일정 수준 이상 지분을 가진 비지배주주의 최대주주 견제가 쉬워진다”며 “배당뿐 아니라 자회사 경영, 자산 유동화 등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안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칼 사태 '저평가 자산株' 부각
이에 따라 시장에선 경영권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평가 자산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국내 증시에는 가치주로 평가되는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 종목이 다수 포진돼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유 자산을 활용한 기업 가치 개선에 소극적이거나 낮은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 소극적인 기업설명(IR) 활동 등으로 저평가된 기업이 상당수”라며 “행동주의 펀드 활동의 확대로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주사처럼 지배 지분이 50% 내외로 높거나 시가총액이 큰 경우가 아니라면 헤지펀드의 경영권 개입 이슈는 언제든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들은 기관투자가에 경영참여 명분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 단기간 내에 수치 개선이 쉬운 배당성향 상향, 자사주 정책 강화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이 40% 이하이면서 2년 연속 배당성향이 15%에 못 미치는 기업 중 보유현금이 많은 기업이 우선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대형주 가운데선 네이버가 대주주 지분율(10.3%)과 배당성향(2017년 기준 5.5%)이 상대적으로 낮아 대표 종목으로 거론된다. 넷마블 현대제철 이마트 대림산업 현대그린푸드 등도 이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주주 지분율이 다소 높더라도 배당성향이 15% 이하면서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 비중이 20% 이상인 기업도 투자유망 대상으로 분류된다. S&T중공업 동원개발 현대에이치씨엔 태광산업 서희건설 등이 이에 해당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