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0달러까지 갈 것이란 예측이 나올 정도로 고공행진하던 국제 유가가 급락세를 보이자 관련 주식과 금융투자상품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시에선 유가 하락의 긍정적 영향을 받는 화학·항공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유주가 약세를 보였다. 유가에 연동돼 수익률이 결정되는 금융투자상품은 한 달 새 손실폭이 크게 늘었다.
100弗 간다던 유가 뚝…화학 웃고 정유 '울상'
유가 급락에 증시도 ‘출렁’

14일 증시에선 유가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화학 항공 정유주의 등락이 엇갈렸다. 전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55.69달러로 7.07% 급락한 게 영향을 미쳤다.

화학주와 항공주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롯데케미칼(3.75%) 대한유화(2.45%) 대한항공(9.43%) 아시아나항공(3.40%)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정유주인 SK이노베이션(-3.25%)과 에쓰오일(-5.31%)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자회사 GS칼텍스가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GS그룹 지주회사인 GS도 1950원(3.77%) 떨어진 4만97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유가가 약세를 보이면 화학 및 항공기업은 비용이 절감돼 실적이 개선되는 게 일반적이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화학제품 에틸렌의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생산 비용을 뺀 금액)는 유가가 안정적이던 지난 7, 8월 각각 t당 평균 729달러와 728달러를 나타냈다가 유가가 한 달간 4.94% 급등한 9월 599달러로 축소됐다.

영업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항공주에도 유가 하락은 호재다. SK증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영업비용 전망치(12조586억원)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5.67%(3조1622억원)에 달한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에 따른 유류비 감소 효과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기업들은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중동지역에서 원유를 구입한 뒤 국내 생산설비에 투입할 때까지 걸리는 2개월 안팎의 기간 동안 재고평가손실이 확대돼 실적에 타격을 입게 된다. WTI가 2014년 6월 배럴당 107.26달러를 찍은 뒤 연말 53.27달러로 수직낙하한 2014년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각각 2312억원과 289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손실폭 커지는 금융투자상품

국제 유가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펀드와 파생결합증권(DLS) 등의 금융투자상품은 손실폭이 커지거나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13일 기준 원자재펀드의 설정액은 1조4250억원이며, 3분기 말 기준 DLS 잔액은 37조8905억원이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원자재펀드로 분류한 45개 펀드 중 최근 1개월간 손실이 큰 상품 상위권에 원유펀드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특별자산’ 상장지수펀드(ETF)가 14.99% 손실을 내 수익률이 가장 나빴고, ‘삼성KODEX WTI원유선물특별자산’ ETF(-14.94%) ‘삼성WTI원유특별자산1’(-14.39%) ‘블랙록월드에너지자(H)’(-11.36%) ‘블랙록월드에너지자(UH)’(-11.01%)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는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등락률이 달라지는 지수 움직임에 연동해 손익이 결정된다. 블랙록자산운용의 에너지펀드는 셰브론,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등 글로벌 에너지주를 담고 있다.

WTI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DLS는 유가가 가입 시점보다 45% 혹은 50% 이상 떨어지면 손실가능 구간(녹인 배리어)에 들어가는 구조다. WTI가 연중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달 3일(76.41달러) 가격을 기준으로 DLS에 가입한 투자자는 WTI가 42.0달러 또는 38.3달러 밑으로 내려오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한남WM센터장은 “녹인 배리어에 진입하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국제 유가 변동성이 워낙 커 DLS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