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국내외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은 큰 폭의 단기 손실을 피해갈 수 없었다. 국내 주식형펀드 가입자는 한 달 만에 평균 15.42%, 해외 주식형펀드 투자자는 10.49%의 손실을 봤다. 이 가운데 손실률을 3% 미만으로 방어하면서 소나기를 피해간 펀드도 있다.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국내외 헤지펀드 여러 개에 분산 투자하는 ‘사모 재간접 펀드’다.

롱쇼트, 메자닌, 채권, 글로벌 매크로, 이벤트 드리븐 등 다양한 전략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헤지펀드에 투자하면서 변동성을 낮추는 사모 재간접 펀드의 장점이 하락장에서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락장서 선방…'진가' 발휘한 사모 재간접 펀드
사모재간접펀드, 헤지펀드 평균보다 선방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사모 재간접 펀드인 ‘삼성 솔루션코리아플러스알파H’는 지난 10월 2.06%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BNPP 베스트헤지펀드’는 2.65%, 사모 재간접 펀드 중 설정액이 1608억원으로 가장 많은 ‘미래에셋 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은 2.93%의 손실을 냈다. 비록 수익을 내지는 못했지만 다른 공모 펀드에 비해서는 하락장을 잘 버텼다.

한국형 헤지펀드 전반과 비교해도 안정적인 성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 1700여 개는 지난달 평균 4%대의 손실을 입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식 비중이 높았거나 헤지 전략이 약했던 일부 펀드는 증시 급락에 약점을 보였다”며 “하나의 헤지펀드에만 가입한 투자자는 경우에 따라 높은 변동성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모 재간접 펀드는 헤지펀드 여러 개에 투자하면서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해 단일 헤지펀드에 비해 변동성 장세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펀드 ‘시장 민감도’ 낮추는 펀드매니저들

사모 재간접 펀드는 헤지펀드에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일반 투자자들을 위해 금융위원회가 2016년 도입했다. 일반 헤지펀드는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을 넘고 사모 방식으로 소수의 자산가에게만 문호가 열린 만큼 일반 투자자는 접근하기 어렵다. 사모 재간접 펀드는 이런 헤지펀드 여러 개에 나눠 투자한다. 공모펀드라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최소 가입금액은 500만원이다.

공매도, 레버리지, 파생상품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간다. 분산투자 효과도 누린다. 사모 재간접 펀드 매니저들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다양한 투자 전략을 사용해 자금 배분 비중을 조정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김승범 미래에셋자산운용 자산배분본부 팀장은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종목을 주로 사는 롱바이어스드 전략 등 시장에 대한 민감성이 높은 전략 비중은 연초부터 계속 줄였다”며 “여러 전략을 복합적으로 구사해 변동성을 낮추는 멀티전략, 고정 수익을 얻는 채권 전략 비중을 높여둔 게 하락장을 버티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해외 헤지펀드를 환헤지하지 않고 달러화로 보유한 점도 수익에 기여했다. 증시 약세와 맞물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기업공개 등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IPO 전략이나 주식 롱온리 전략에 있는 자금을 시장과 상관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으로 옮겨 펀드의 시장에 대한 민감도를 더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광 삼성자산운용 펀드전략팀장은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많아져 인수합병(M&A) 거래가 늘고 관련 투자 기회도 증가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 미국 M&A 이벤트 드리븐 전략을 쓰는 펀드를 최근 편입했다. 미국 금리인상 흐름에 맞춰 글로벌 채권이나 환 거래에서 수익 기회를 찾는 펀드 비중도 높이고 있다.

신 팀장은 “롱 바이어스드나 롱쇼트 등 증시에 노출된 전략 비중은 줄이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당분간 멀티 전략이나 채권 전략 비중을 늘리며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