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판매 부진으로 상당수 출판사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파격적인 시도들을 이어가는 민음사에 눈과 귀가 모아지고 있다.

책 판형 줄이고 방수처리하고…민음사, 불황탈출 파격 마케팅
민음사는 최근 소설집 판형을 완전히 바꿨다. 책마다 다르게 내던 가로 세로 크기를 각각 115㎜와 205㎜로 통일했다. 대표적 태블릿PC인 아이패드 미니4의 세로 폭(203㎜)과 비슷하고 가로 폭(135㎜)보다는 20㎜ 작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외부 활동 중에도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듯 한 손으로 책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난달 출간된 김의경의 단편소설집 《쇼룸》(사진 왼쪽)부터 이 판형을 적용했다. 민음사 소설집 편집 담당자는 “소설(小說)이라는 말처럼 짧은 이야기를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따로 번호는 붙이지 않았지만 소설집에 디자인을 통일해 독자 입장에선 모으고 싶은 시리즈를 만들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민음사는 이미 2016년에 비슷한 판형의 작고 얇은 책인 ‘쏜살문고’ 시리즈를 통해 이런 수요를 확인했다. 나쓰메 소세키, 헤밍웨이, 오스카 와일드 등이 썼지만 아직 소개되지 않은 고전, 과거에 소개됐다 잊혀진 명작,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신진 작가의 작품 등으로 지금까지 총 37권을 내놓았다. 업계 불황 속에서도 쏜살문고로 출간한 소설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엄마는 페미니스트》가 2만1000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1만5000부 판매되는 등 독자들 사이에서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7월엔 물놀이를 하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든 방수책이 출간 두 달 만에 1만5000권이 모두 완판되며 화제를 모았다. 스톤 페이퍼라고도 불리는 미네랄 페이퍼로 만든 이 방수책은 ‘돌로 만든 종이’라는 이름처럼 물에 젖어도 털거나 말리면 쉽게 건조된다. 국내에서 방수책을 본격적으로 만든 것은 민음사가 처음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