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이번엔 유가"…증시, 또 악재에 발목 잡히나
국내 증시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침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등 국내외에서는 악재들만 잇달아 터지고 있다. 이번에는 국제유가가 폭락했다. 14일 주가는 또 내리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69포인트(0.32%) 내린 2064.54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4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간밤 국제유가가 7% 넘게 폭락한 탓이다. 하루 낙폭으로는 2015년 9월 이후로 3년만에 가장 컸다. 13일(미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4.64달러, 전날 대비 7.74% 하락한 55.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산유국들의 감산 움직임에 제동이 걸려서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지난 12일 "산유국들은 하루 100만 배럴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지만,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다. 유가는 공급을 기반으로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내놨다.

여기에 OPEC이 글로벌 원유 수요도 당초 기대치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국제유가는 단숨에 주저앉았다. 미국 뉴욕증시도 국제유가의 폭락이 투자심리를 짓누르면서 내렸다. 특히 전날 600포인트 이상 급락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0.40% 재차 하락했다.

연이어 터진 악재성 뉴스에 국내 증시의 공포심리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무역분쟁과 관련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보도나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 초안에 합의한 점 등 간간히 나오는 긍정적인 뉴스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호재에는 둔감하게, 악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투자 심리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악재 자체가 지나가야 한다"며 "악재가 완전히 해소되진 못하더라도 이슈 자체가 지나가기만 하더라도 주식시장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시장은 펀더멘털(기초 체력)보다는 하루하루 뉴스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색깔 없는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중 정상회담이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중 무역분쟁의 추이, 미국의 중앙은행(Fed)의 금리 스탠스 등을 확인해야 악재에 대한 불안감이 누그러질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도 시장에 대한 방향성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가격이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을 보고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위험관리에 주력하면서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당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