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가 이달 들어 SK텔레콤KT, LG유플러스 등 통신주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경기하강 조짐이 뚜렷하고 증시의 강한 반등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낮아지자 경기방어주이자 고배당주인 통신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사의 영업이익 증가세가 내년에 전반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통신업은 이익이 20%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점도 매수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배당할 주주를 확정하는 결산월(12월)이 다가오고, 기관이 내년 투자전략 재편에 대비해 연말에 미리 움직이고 있는 만큼 통신주가 ‘랠리’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통신株로 '소나기' 피하는 기관
기관의 통신주 ‘매수 세례’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텔레콤은 500원(0.19%) 하락한 26만6500원에 마감했다. KT는 50원(0.17%) 떨어진 2만9650원에, LG유플러스는 전날과 같은 1만52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애플발(發)’ 악재 등으로 코스피지수가 0.44% 하락 마감한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강한 지지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통신주를 떠받친 건 기관투자가의 매수세였다. 기관은 이날 SK텔레콤(123억원), KT(81억원), LG유플러스(112억원)를 순매수했다.

기관의 통신주 순매수는 국내 증시가 급락한 10월 말부터 시작돼 이달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기관은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SK텔레콤 175억8000만원어치, KT 235억1300만원어치, LG유플러스 472억1400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말 배당 시즌에 맞춘 기관의 투자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주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올해 주당배당금 1만138.89원을 적용해 산출한 SK텔레콤의 예상 배당수익률(주당배당금/주가)은 3.80%에 달한다. KT와 LG유플러스의 배당수익률은 각각 3.62%, 2.83%로 추정된다.

통신 3사 내년 영업이익 23%↑

증권사들이 내년 전망을 잇따라 쏟아내는 요즘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은 ‘내년에 이익이 증가할 업종 찾기’에 쏠려 있다.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여러 증권사는 통신업종의 강세를 점치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은 새 통신기술인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의 원년이라 통신주 투자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밝다”며 “올해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겹쳐 내년 통신 3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올해 대비 23%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6년 전 4세대 이동통신(LTE)이 도입됐을 때도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급증해 통신업체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다만 통신업이 정부 규제에 큰 영향을 받는 업종이라는 점은 오랜 기간 통신업 투자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혀왔다. 올해 통신주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영향이 컸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료를 낮추라는 취지의 정부 규제는 지난해 시작돼 이미 대부분 시행된 만큼 2~3년간 큰 규제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작다”며 “주가가 매출 감소 요인을 이미 반영한 상태에서 5G 관련 기대가 높아지는 단계라 내년 통신주 실적과 주가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