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매도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가 진행됐다. (사진 = 고은빛 기자)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매도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가 진행됐다. (사진 = 고은빛 기자)
증권시장의 해묵은 논란인 공매도 위반에 대해 사후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전에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쇼트셀링)가 발생했는 지 파악하긴 어려운 만큼 사후 제재를 강화해 시장 자정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학계는 과도한 공매도를 막기 위해 차입 공매도에 한도를 두자고 제언했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학계와 기관투자자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공매도 위반에 대한 사후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세미나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다.

발제를 맡은 김병연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시간으로 공매도 현황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한국거래소가 시세조정이나 불공정거래 안에 공매도 위반사항이 있는 지 여부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며 "과태료 조항도 약하며, 고의가 아니어도 공매도 위반사항이 나오면 가중처벌을 하는 등 사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상 공매도 규정 위반 과태료는 최대 5000만원이다. 공매도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특칙이나 그 외의 형사책임은 별도로 자본시장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

개인투자자를 대표하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도 여기에 동의했다. 장영열 경실련 공매도 제도개선TF 자문위원은 "과징금을 넘어 영업정지·등록취소·자격박탈 등 강화된 처벌 규정이 같이 포함돼야 한다"며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은 정보를 취득하고 만들어내고 유통하는 주체로, 개인투자자보다 근본적으로 우위에 있는 만큼 이들에게 강력한 규제를 적용해야 자정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매도의 주체인 외국인·기관투자자의 잔고가 수탁은행에 있는 만큼 사전적으로 공매도 위반 사항을 파악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관기관에 주식을 갖고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금융실명법 위반사항이라는 점에서다.

엄준호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지점 상무도 "공매도를 사전적으로 방지하는 것은 업계 입장에서 교통사고가 전혀 안 일어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며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말 배당 시점에 실수로 2~3번 가량 숏 셀을 내는데, 실수를 사전에 방지하긴 어렵지만 벌금을 강화하면 실수를 스스로 제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의 형사처벌 외에 행정적인 처벌도 더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시세조정과 내부자거래 등 3대 불공정행위는 검찰에 기소해야 처벌이 되는데 1~3년 이상 긴 시간이 소요돼 시장 학습효과가 적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일본 영국 호주 홍콩은 행정적 제재를 수반하고 있는 만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강력한 제재 수단을 시행해야 제대로 시장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공매도 기준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영열 자문위원은 ▲업틱룰(호가제한 규정) 예외조항 8가지가 악용되고 있다는 점과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의 취약점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장 위원은 "개별주식의 선물형 주식매매에 대한 차익거래, 유동성 공급자(LP)가 매수한 ETF 헤지용 주식 매도 등 8가지 업틱룰 예외조항이 기본적인 업틱룰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공매도 세력들이)현재가 매수호가로 먼저 쏟아내고 그 다음에 사자주문이 없으면 공매도 물량을 계속 쌓는 방식으로 개인투자자에게 손실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매도 잔고 공시는 2016년 7월부터 시행됐지만 실행 주체는 공개되지 않고, 거래창구인 증권사들이 수기로 물량을 받아 신고하고 있는데 오차나 누락도 빈번할 것"이라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도 4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고, 공매도가 금지되도 하루 뿐으로 실효성이 있는 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황성환 타임폴리오 대표이사도 "업틱룰 예외조항 8가지는 프로그램 매매 측면에서 허용을 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실제로 주가를 찍어 누르는 효과가 있는 예외조항은 반드시 없애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과도한 공매도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본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 만큼 공매도에 한도를 정해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김병연 교수는 "차입공매도에 대해 수탁액·거래실적·과거 위반사항을 감안해서 일별 및 월별 차입공매도 규모를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도한 공매도 주문으로 지나치게 손실이 발생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제안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