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글로벌 증시변동성이 확대되자 투자자들은 서둘러 해외 펀드에서 돈을 빼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펀드는 예외다. 올 들어 8% 가까이 손실을 보고 있는데도 환매에 나서기보다 오히려 돈을 넣고 있다.

베트남 증시의 중·장기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란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증권업계에선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베트남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률 안 좋은데…돈 들어오는 베트남 펀드
돈 들어오는 베트남 펀드

11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베트남 펀드에는 7388억원(지난 8일 기준)이 순유입됐다. 해외 펀드 중 올해 자금이 순유입된 펀드는 총 20개 유형(지역) 중 베트남과 미국 펀드(3821억원)뿐이다. 글로벌 증시가 흔들린 지난 한 달 동안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줄줄이 빠져나갔지만 베트남 펀드에는 131억원이 들어왔다.

베트남 펀드의 설정액 규모는 1조8174억원으로 불어나 미국(1조5565억원)을 제치고 중국(7조4439억원) 다음으로 큰 해외 펀드가 됐다. 개별 펀드 중에는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가 올해 가장 많은 2893억원을 끌어모았다. ‘유리베트남알파’(1312억원 순유입), ‘미래에셋베트남’(908억원)이 뒤를 이었다.

베트남 펀드의 연초 이후 성과는 부진하다. 1분기 말까지 15% 넘는 수익을 내 해외 펀드 중 1위를 달렸지만, 지금은 연초 이후 손익률이 -7.99%까지 떨어졌다. 해외 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2.21%)보다 낮다.

높은 수익률을 내던 펀드의 성과가 나빠지면 환매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베트남 펀드에는 점점 돈이 더 들어오고 있다. 송상종 피데스자산운용 대표는 “하노이, 다낭 등으로 여행을 가 베트남의 발전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한 뒤 투자를 결심한 자산가가 많다”며 “이들은 베트남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경제·커지는 투자 매력

전문가들은 “베트남 증시의 낙폭이 과도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4월 21배로 치솟았던 베트남 VN지수의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현재 15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PER 15배는 VN지수의 2014년 이후 평균치다.

김형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글로벌기업들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베트남의 외환보유액도 5월 기준 563억달러로 연초 대비 15.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연초 대비 10%가량 하락했지만 베트남 동화는 사상 최고 수준의 외환보유액 등 영향으로 2.8% 내리는 데 그쳤다”며 “통화가치 방어를 잘하고 있고 경제성장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만큼 투자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 베트남 펀드, 日서 돌풍

한국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베트남 펀드는 일본으로 수출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노무라증권을 통해 일본에 선보인 ‘도쿄해상베트남주식펀드’는 7월 현지에 첫선을 보인 이후 최근까지 360억엔(약 3569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 펀드 설정액이 4000억원에 도달하면 소프트클로징(신규 및 추가 가입 중단)할 예정이다.

도쿄해상베트남주식펀드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처음으로 해외에 공모펀드를 수출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에서 직접 종목을 발굴해 투자한다는 점에서 일본 운용사 상품과 차별화된 펀드”라며 “노무라증권이 이 같은 점을 부각해 마케팅에 적극 나선 게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