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에너지그룹인 차이나에너지리저브&케미컬그룹(CERCG)의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이 결국 만기에 상환되지 못했다. 이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담은 공모 단기채 펀드는 보유분의 80%를 상각처리했다. 나머지 20% 상각 여부는 CERCG와 채권단의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본지 11월8일자 A24면 참조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ERCG의 홍콩 자회사 CERCG오버시즈캐피털이 발행한 1억5000만달러 사모사채가 만기인 지난 8일 밤 12시까지 상환되지 않아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에 따라 이를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된 1645억원의 ABCP도 부도가 확정됐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이 금정제12차라는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지난 5월 발행한 ABCP는 현대차증권(500억원), KB증권(2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KTB자산운용(200억원), 부산은행(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골든브릿지자산운용(60억원), 하나은행(35억원) 등이 사들였다. ABCP를 매입한 채권단은 중국 CERCG 측과 기초자산의 유예·상환계획을 담은 자구안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BCP를 매입한 금융사 중 일부는 주관사, 판매사 등에 대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어 법적 분쟁이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채권단은 CERCG를 상대로 공동 소송에 나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증권은 2분기에 ABCP 부도를 가정하고 보유액 500억원의 45%에 해당하는 225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ABCP를 편입한 공모 단기채 펀드들은 보유분의 80%를 손실로 반영해 상각처리했다. ‘KTB 전단채’ ‘골든브릿지 으뜸단기’ ‘골든브릿지 스마트단기채’ 세 펀드는 이 조치로 성과가 나빠졌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ABCP 최종 부도로 당장 손실폭이 커지지는 않는다”며 “추가 상각 여부는 CERCG와 채권단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나수지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