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에서 케이블, 종편 그리고 글로벌 OTT(Over The Top) 플랫폼 넷플릭스까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면서 드라마 업계는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웃고있는 곳이 있다.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다. 국내 대표적인 드라마 제작사로 꼽히는 상장사 삼화네트웍스가 1991년, 팬엔터테인먼트가 1998년 설립된 것과 비교하면 2016년 5월에 설립된 스튜디오드래곤의 역사는 짧은 편이다. 하지만 tvN, OCN, 올리브, 온스타일 등 케이블채널의 절대 강자 CJ ENM이라는 모기업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지금은 가장 강력한 드라마 제작사로 군림하고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올해 대표 드라마로 꼽히는 '나의 아저씨', '김비서가 왜 그럴까', '미스터션샤인', '백일의 낭군님', '손:The Guest' 등도 모두 스튜디오 드래곤 제작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의 강점은 '안정성'이다. 화앤담픽처스 김은숙 작가, 문화창고 박지은 작가, KPJ 김영현, 박상연 작가를 보유했다. 김은숙 작가는 메가 히트작인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션샤인'을 썼고, 박지은 작가는 '별에서 온 그대', '푸른바다의 전설'을 집필했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 역시 '대장금'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등 흥행력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인물들이다.이들은 이름 만으로도 캐스팅, 투자, 편성까지 가능한 스타 작가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를 바탕으로 CJ ENM 채널 뿐 아니라 지상파, 종편과도 제작 계약을 맺으면서 영향력을 키워갔다. 지난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KBS 2TV '황금빛 내인생'도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제작했다. 지난해 11월 상장 당시 첫날 시가총액 2조 원을 찍으며 화려하게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탄탄한 작가 군단과 무관하지 않다. 상장한지 딱 1년, 스튜디오 드래곤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 성장했다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7만원 대였던 주가도 1년 만에 10만 원대까지 상승했다.지난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으로 다른 제작사들이 휘청하는 상황에서도 스튜디오 드래곤은 발빠르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기업과 손잡고 유통 채널을 확대했다. 증권 정보사이트 FN가이드 컨센서스 기준 스튜디오 드래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219억 원, 영업이익은 245억 원이다. 업계에서는 스튜디오 드래곤이 올해 3분기에만 넷플릭스 판권 판매로 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송혜교, 박보검 주연의 '남자친구', 현빈, 박신혜 주연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대작 드라마의 방영이 예고돼 있다는 점에서 스튜디오 드래곤의 매출 성장은 더욱 커지리란 관측이다. DB금융투자 신은정 연구원은 "드라마 판매 매출을 견인할 요인은 해외 판권"이라며 "'남자친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은 한류 스타가 주연인 동시에 히트작을 탄생시켰던 연출진이 제작한다는 점을 미루어 4분기 해외 매출 또한 전년대비 1.5배 이상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양질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 유튜브, 디즈니 등 글로벌 OTT 기업들의 경쟁 역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아시아 시장 맞춤형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제작역량, 유통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추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지인해 연구원은 "스튜디오 드래곤 해외 판권 실적은 최근 4년간 연평균 40% 가까이 성장했다"며 "꾸준히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콘텐츠 판권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플랫폼의 아시아 진출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기에 이가은 고성장, 신기록 갱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미디어 기업과 유통 기업 간 융합이 글로벌 시장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사인 앰블린파트너스 지분을 인수했고 아마존은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를 인수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미디어 커머스 시장이 본격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1일은 이런 점에서 국내 업계에 의미있는 날이었다. 콘텐츠 기업 CJ E&M과 홈쇼핑 업체 CJ오쇼핑이 합병, 국내 최초의 융복합 미디어 커머스 기업 CJ ENM이 탄생했다.CJ ENM은 통합 법인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미디어 커머스 시장의 중심에 우뚝 선다는 목표다. 허민회 CJ ENM 대표는 “통합 법인은 1000만 명에 이르는 CJ오쇼핑의 구매 고객, CJ E&M이 보유한 5000만 명의 시청자, 그리고 2억 명의 디지털 팔로어와 국내외 잠재고객에게 프리미엄 콘텐츠와 차별화한 커머스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월트디즈니, 타임워너 등과 경쟁하는 세계적인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다시 한 몸으로’ 세계시장 도전1995년 3월 개국한 CJ오쇼핑은 국내에 케이블 TV가 생긴 이후 처음 문을 연 홈쇼핑 채널이었다. 지난해 기준 홈쇼핑업계 매출 1위 기업이었다. CJ E&M은 CJ오쇼핑이 2010년 CJ오쇼핑과 오미디어홀딩스로 인적 분할되며 출범했다. 그해 오미디어홀딩스가 CJ E&M으로 상호를 바꿨다. 이후 방송, 영화, 음악, 공연 등 문화 관련 사업 전반을 다루며 국내 최대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상파를 뛰어넘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작품들로 대중의 시선을 빠르게 사로잡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를 확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국내 최대 한류 축제 케이콘(KCON) 등을 통해 K팝부터 한식, 뷰티까지 한국 문화 전반을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이들이 다시 합쳐져 등장한 CJ ENM은 단번에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올해 목표 매출은 4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3500억원이다. 신규 사업을 적극 발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2021년까지 매출을 연평균 15% 키워간다는 방침이다.미디어+커머스 시너지 극대화통합 법인이 만들어갈 시너지는 올해 최고 대작으로 꼽힌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지난 7~9월 방영된 ‘미스터 션샤인’엔 2013년 CJ오쇼핑이 만든 자체상표(PB) ‘오덴세’의 제품들이 등장했다. 극중 나온 식기류들이 오덴세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캐릭터와 장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드라마 촬영 전부터 별도로 기획됐다. 억지스러운 간접광고(PPL)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콘텐츠와 커머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시도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오덴세도 이런 협업을 부각시켜 ‘오덴세 미스터 션샤인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CJ ENM은 이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지식재산권(IP)을 확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CJ E&M의 콘텐츠 역량을 다양한 장르로 확대하고, 이를 CJ오쇼핑의 커머스 역량과 결합해 강한 파급력과 긴 생명력을 갖춘 콘텐츠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사업 확장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북미 등 해외시장에서도 펼칠 예정이다. CJ E&M이 케이콘 등을 통해 세계에서 구축해온 글로벌 팬덤, CJ오쇼핑의 뷰티와 패션 등 다양한 역량을 더해 현지에서 상품 제휴 및 콘텐츠 공동제작 등을 추진한다. 또 서로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CJ E&M은 베트남 태국 터키 등에 사업거점을 확보하고 있고, CJ오쇼핑은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현지 주요 미디어 기업과 합작 관계를 맺고 있다.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사업 확대미디어와 커머스의 융합 시너지를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사업도 확대한다. TV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데 비해 짧지만 강렬한 재미를 주는 디지털 콘텐츠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서다. CJ ENM은 디지털 콘텐츠 역량과 플랫폼을 결합해 기업들에 시대 흐름에 맞는 최적의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올 9월 자체 디지털 스튜디오 ‘스튜디오 온스타일’을 통해 제작한 ‘팩 투더 퓨처’도 이런 시도와 맞닿아 있다. 4부작 웹드라마인 이 작품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콜라겐 마스크 팩을 갖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CJ ENM은 마스크 팩을 먼저 기획·제작했으며 이를 소재로 디지털 드라마를 제작했다. 드라마 여주인공인 배우 이수경은 실제 마스크 팩의 전속 모델로 기용됐다.이수경은 CJ오쇼핑에 출연해 마스크 팩을 판매하기도 했다. 하나의 상품을 소재로 디지털 드라마를 제작하고, 홈쇼핑 판매까지 한 디지털 콘텐츠의 커머스화다. 유튜브 등을 통해 콘텐츠를 내보낸 뒤 누적 조회 수는 100만 건이 넘었다. CJ ENM 관계자는 “시청 행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디지털 전문 스튜디오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며 “완성도 높은 디지털 콘텐츠에 커머스 역량까지 결합하면 수익 모델이 다양해지고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버티컬 커머스도 구축한다. 버티컬 커머스는 특정 분야의 카테고리 상품에 집중해 전문적으로 다루는 쇼핑몰을 의미한다. 소비자 관여도가 높고 전문적인 정보 요구가 높은 뷰티, 리빙, 패션 등의 분야에서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해 구축한다. CJ ENM은 이를 한국 제품과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교두보로 삼는다는 방침이다.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홈쇼핑 업종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우호적이지 못하다. 텔레비전(TV) 플랫폼의 경쟁력 약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송출수수료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홈쇼핑 업종은 TV를 기반으로 한다. 젊은 세대에겐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TV 중요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과거엔 가구당 꼭 한 대씩 TV가 구비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TV가 없는 가구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TV는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니다. TV의 빈자리는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과 유튜브가 장악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등이 채우고 있다. 이런 현상을 ‘코드-커팅(cord-cutting)’이라고 한다. 북미지역에서는 코드-커팅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15년 전체 북미지역 유료방송 가입자 중 OTT 가입자 점유율은 36.3%로 케이블TV 가입자 점유율(33.2%)을 넘어섰다. 2017년 말 현재 OTT 가입자 점유율은 46.1%다. 국내에서는 아직 코드-커팅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지만 안심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TV 플랫폼의 경쟁력 약화 외에 생방송 중심의 TV홈쇼핑엔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의 성장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홈쇼핑 사업자의 TV 플랫폼 취급액(T커머스 제외)은 역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T커머스를 제외한 2017년 TV부문 취급액은 전년 대비 1.7% 감소했으며 2018년에도 1.2% 감소할 전망이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T커머스 사업자의 TV홈쇼핑 시장 가세에 따른 경쟁 심화, 인터넷TV(IPTV) 사업자의 유료방송 시장 경쟁력 강화로 홈쇼핑 사업자의 송출수수료 부담은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지난해 TV홈쇼핑 7곳의 송출수수료는 1조3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2% 증가했다. 올해도 5% 안팎의 송출수수료 인상이 전망된다.각 홈쇼핑 사업자는 저마다 이런 부정적 대외 환경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CJ오쇼핑은 콘텐츠 사업자인 CJ E&M과의 합병을 통해 CJ ENM으로 출범하면서 미디어커머스 회사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GS홈쇼핑은 모바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영역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고 있어 모바일 이커머스 회사로의 진화가 기대된다. 현대홈쇼핑은 건자재 기업인 한화L&C 지분 100%를 3680억원에 인수하며 사업 지주회사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다만 주요 홈쇼핑 회사가 마련한 대안이 곧바로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미디어커머스는 아직 형태가 가다듬어지지 않아 보이고 홈쇼핑 사업자의 이커머스 경쟁력인 TV 플랫폼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으며 지주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이 다른 지주회사에 비해 뛰어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주요 홈쇼핑 회사가 제시한 대안을 완성할 수 있는 열쇠는 결국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이 될 것이다. 홈쇼핑 사업 특징은 다른 유통업과 달리 많은 설비투자(CAPEX)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간 500억~1500억원 수준의 잉여현금흐름(FCF)이 창출되고 있어 M&A 재원이 지속적으로 축적될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주요 홈쇼핑 회사가 제시한 대안이 점차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18년이 주요 홈쇼핑 사업자가 마련한 대안을 시장에 천명한 해였다면 2019년은 본격적으로 변화를 위한 전략이 시작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 사업자의 변화가 투자자에게 충분한 공감을 얻는다면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될 전망이다.내년에는 2019년 송출수수료 인상률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IPTV업계는 홈쇼핑협회와 IPTV협회 간 송출수수료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송출수수료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직까지는 송출수수료 인상률이 둔화할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예상하기 이른 시점이지만 인상률 둔화가 현실화한다면 2019년 홈쇼핑 사업자의 비용 축소에 따른 영업가치 상승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어 홈쇼핑 업종에 긍정적이다.jinhyeob.lee@yuantakorea.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