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6일 오전 4시20분

주민 반대 등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상생 모델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사업 수익을 지역 주민도 함께 나눠 가질 수 있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어서다.

[마켓인사이트] 삼척 주민에 '年6% 태양광 채권'…님비 극복한 남부발전의 상생법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은 최근 강원 삼척시 원덕읍 주민 14명을 대상으로 5억2000만원 규모의 채권(3년물)을 발행했다. 남부발전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삼척본부 유휴부지에 10㎿ 규모 태양광발전 설비를 짓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국내 발전사가 신재생에너지 공사가 이뤄지는 지역 주민을 상대로 채권을 찍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덕읍 주민 14명이 한 명당 평균 3700만원을 투자했다. 가장 많이 투자한 주민은 1억5000만원을 넣었다. 주민 참여가 많았던 것은 이 채권의 금리가 연 6%에 달했기 때문이다. 1060만원을 투자한 원덕읍 주민 김정기 씨(75)는 “은행 이자의 2배가량 돼 예금에 있던 목돈을 빼서 투자했다”고 말했다.

철원군 갈말읍에서도 주민들이 태양광발전소 투자자로 나설 전망이다. 이곳에서 15㎿ 규모 태양광발전소를 건설 중인 중소 에너지회사 레즐러 등 26개 기업은 주민들을 상대로 주식 및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주민 참여가 활발하면 태양광발전소 3기를 짓는 후속 투자에서도 이 같은 자금 조달 방식을 활용할 방침이다.

그동안 신규 발전소가 들어서는 지역에선 환경오염 등의 우려로 발전사와 주민이 갈등을 빚는 일이 적지 않았다. 주민 삶의 질은 떨어지는데 발전사만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사례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을 극복하고 지역 주민과 수혜를 나누는 상생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 주민에게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보상하던 과거 방식에서 진일보한 채권 발행 기법을 도입했다는 평가다. 남부발전은 채권 투자 경험이 없는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회를 열고, 투자의향 설문조사를 하는 등의 노력으로 채권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신정식 남부발전 사장은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주민과 동반성장하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삼척과 하동에서 이뤄질 태양광 등 향후 투자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권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발전소 반경 1㎞ 이내 읍·면·동에 1년 이상 주민으로 등록돼 있는 사람 중 5명 이상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기업에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가동에 따른 인센티브를 더 많이 제공한다’는 지침에서 지분 참여로만 한정된 투자 방법에 펀드와 채권 투자를 새로 추가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