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4일 오후 4시10분

원익그룹이 원익아이피에스(IPS)와 원익테라세미콘의 합병을 2년 만에 다시 추진한다. 두 회사를 하나로 합쳐 글로벌 종합 장비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두 회사의 주가 흐름이 합병 성사 여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원익아이피에스와 원익테라세미콘은 최근 합병 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선정하고 합병 작업에 착수했다. 합병비율은 1 대 0.7394724, 합병기일은 내년 2월1일이다. 합병 후 테라세미콘은 소멸한다.

두 회사는 모두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장비 제조사로 사업 영역이 조금씩 겹친다. 아이피에스는 반도체, 테라세미콘은 디스플레이 매출 비중이 높다. 두 회사를 합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이 가능하고 그룹 차원의 중복 투자를 피할 수 있어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게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의 계산이다.

이런 이유로 2년 전에도 합병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원익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한 후 12.98%였던 원익테라세미콘 지분율을 공정거래법에 따라 20% 이상으로 높여야 했다.

원익테라세미콘 지분을 매입하지 않는 대신 원익아이피에스와의 합병을 택했지만 주주들이 반대하면서 합병이 무산됐다. 원익그룹은 합병이 무산되자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원익테라세미콘 지분을 매입하는 식으로 지주사 요건을 충족시켰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시 합병이 지주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번 합병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이라며 “2년 전보다는 합병 과정이 수월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두 회사의 주가가 복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가 매수 청구 가격보다 높아야 주주들이 매수 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주가는 변동성 장세 및 업황 부진 등이 맞물리면서 매수 청구 가격을 밑돌고 있다. 지난 2일 원익아이피에스는 1만9100원, 원익테라세미콘은 1만4800원에 각각 마감했다. 두 회사의 매수 청구 가격은 각각 2만200원, 1만4954원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장비업계에 대규모 발주가 없어 실적 전망이 밝지는 않다”며 “주가가 매수 청구 가격 대비 크게 오르지 않으면 주주들의 반대표로 합병이 또다시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